삼국유사 영역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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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사 연구뿐 아니라 동양사 연구의 가장 중요한 자료의 하나인 일연의『삼국유사』가 처음으로 영역 출판되었다.
『Samguk yusa』라는 제명에 「삼국시대의 전설과 역사」라는 부제를 붙여 하태흥씨와 「그래프튼·민츠」씨의 공역으로 연세대 출판부에서 간행되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함께 상고사 분야의 가장 인정받는 사서인 『삼국유사』는 『삼국사기』가 정부 편을 든 연대기 중심의 기술로 그 밖의 모든 사회적·민속적 사실들을 무시한 데 비해 관변기록에서 제외된 많은 사실을 수록한 점에서 특히 가치 있는 것이다.
고대인의 신앙과 풍습에 관련된 사건들을 이해하는 데는 비록 기록이 「이야기」조이고 어떤 면에서는 황당한 전설로 보이는 기술이긴 하나 이것이 실제로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최근 『삼국유사』의 재해석이 한·일 양국에서 시도되고 있기도 하다.
승 일연(1206∼1289)의 『삼국유사』에 관해서 한국에선 육당 최남선의 『삼국유사 해제』이래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이병훈 박사와 이재호 교수의 국역본이 각기 출판된 바 있다.
따라서 이 영역판도 육당의 해제에 따른 각주와 설명이 많이 부가됐으며 이병훈 박사의 번역과 이재호 교수의 번역이 참조되었다고 영역자 하태흥 옹(72·전 미대사관 공보담당자·「자유의 종」편집자)은 얘기하고 있다.
일연이 쓴 『삼국유사』는 한문으로 돼있기 때문에 이를 영역하는 데는 국역 및 해제본을 저본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영역에 소요된 시간은 3년. 어려운 고사들을 서양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현대의 영문으로 옮기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미 20여권의 영문 저서를 낸 바 있는 그로서도 이번 『삼국유사』의 번역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출판부가 간행한 『코리언·컬추럴·시리즈』전 10권을 번역할 때 이미 『한국 4천년사』『고담과 전설』『삼국야화』등에서 『유사』의 영역에 대한 준비를 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영어를 그들의 구미에 맞게 하는 데는 역시 외국인의 힘이 필요했다. 「코리아·타임스」지에서 일하는 「그래프트·민츠」씨의 작업이 이면에서 크게 도움이 됐다고 하옹은 덧붙였다.
외국인이 읽는 책이 되고 또 역사와 전설을 옮기는 일이지만 역시 『삼국유사』의 문학성도 잊을 수 없고 그 책의 재미도 감안해야하기 때문에 웬만한 용어는 풀어쓰고 괄호로 묶어 설명했으며 중요한 것만 권말에 주로 달았다.
『각주가 많으면 정신이 산란해지고 흘러 내려오는 문장이 자주 끊기기 때문에 될수록 문장에 그대로 풀어썼다』는 것이다.
책의 뒷부분엔 삼국 및 가락의 연표와 지도제 그리고 인용도서와 한자용어의 소인 등을 상세히 달았다. <신국판·4백 56면·10「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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