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답으로 간추려 본 그 비밀접촉 막전막후|종결단계의 월남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오랜 전화 끝에 월남전은 분명 종결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두꺼운 비밀의 장막 안에서 진행되고 있는 협상의 내용은 다만 단편적으로만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연일 쏟아져 나오는 협상 내용에 관한 보도사이에서 논리적인 유기성을 찾기란 어렵다.
그러나 최근 사이공에 간 「키신저」미대통령 특별보좌관이 전에 없이 「에이브럼즈」육군참모총장, 「벙커」주월 대사, 「하비브」주한대사, 「윌리엄·설리번」극동담당국무차관보 및 4명의 보좌관 등 군사·정치 실무자들을 대동하고 있어 월남평화협상이 원칙문제를 해결하고 세부문제에 접어들었다는 강력한 시사를 던지고 있다. 그 동안의 협상과정을 문답식으로 간추려본다.
▲10년간 계속 되어온 제2차 「인도차이나」전쟁의 핵심인 월남전이 이제 종결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구체적인 협상 타결설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10월8일 「키신저」-「레·둑·토」간의 제19차 비밀협상이 열리면서부터. 뉴요크의 WOR방송이 타결설을 처음으로 보도한 이래 세계 도처에서 유력 매스컴들이 저마다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추측기사를 썼다.
「키신저」가 19차 회담에서 전과는 달리 수 일전 「티우」대통령과 장시간 회담한 「헤이그」보좌관을 배석시키고 비밀회담이 끝나자 곧 「슈망」 불 외상과 장시간 요담 했다. 영국의 「런던·타임스」, 프랑스의 「르·몽드」, 「프랑스·솨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CBS방송 등은 이와 같은 활발한 움직임에 대해 미국과 월맹이 종전을 위한 폭넓은 합의에 도달했으며 11월7일 미대통령선거를 전후하여 평화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 신문들은 휴전과 동시에 미군포로를 석방한 뒤 「티우」가 하야하는 조건으로 3파 연립의 과도정부를 수립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또 궁극엔 월남을 중립화한다는 묵계가 미국과 월맹사이에 이루어졌으며 나아가서 「하노이」가 권력내부의 의견변동으로 『월남의 적화포기』와 『미군철수 후 월남에서 보복을 않겠다』는 두 가지 양보를 했다는 미국의 공산권 문제 전문가 「빅토르·조르자」의 해설이 뒤따랐다.
▲평화협상에서의 양측의 기본 입장은 어떻게 다른가?
-그 동안의 경과를 보면 「베트콩」·월맹측이나 「사이공」·미국측이나 모두 크게 변했다.
그러나 공산측은 보조를 함께 하면서 수정조건을 제시한데 반해 「사이공」정부와 미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이가 벌어져왔다.
먼저 공산측의 입장을 보면 처음에는 민족자결원칙을 내세운 사회주의 통일국가의 수립이었으나 현재는 월남적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공식표명과 함께 3파 연정안으로 크게 양보했다.
한편 미국·「사이공」측의 경우 초기에는 월남의 반공기지화라는 점에 일치했으나 69년 「닉슨」의 대통령취임 이후 미국의 입장이 크게 번했다. 즉 「도미노」이론 대신 「명예로운 철군」이 정책 수행의 최우선임무로 되었으며 이 점만 보장된다면 3파 연정에 동의할 태세이다.
그런데 「사이공」측은 「티우」자신의 존립을 휴전이나 미군철수보다 우선으로 내세워 미·월간에 현재 「사이공」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과 같은 미국의 어려운 설득 행각이 실시되고 있다.
▲「게릴라」전을 본질로 하는 월남전에서 휴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
-지난 3월말 월맹측이 공세를 시작한 이래 월남 내에서 정부군과 공산군이 장악하게 된 지역은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표범무늬』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공산측은 이 『표범무늬』형의 쌍방점령지역을 서로 인정하는 선에서 현상휴전을 하자는 것이다.
반면 미국측은 일정지역을 공산측 지배지역으로 규정, 그곳에 공산군을 집결시킨 후 월맹군은 모두 월맹으로 돌아가고 「베트콩」만 남은 상태에서 휴전을 하자는 서로 상이한 입장에서 출발했다.
현재로 선 일본과 프랑스를 포함한, 월남전에 참가하지 않은 나라들로 구성된 유엔군이 이 휴전을 감시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가장 그럴 듯하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쌍방입장이 어떤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는가는 전혀 알려지고 있지 않다. 설사 쌍방이 어떤 휴전에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게릴라」전에서의 피아문 점령지란 수시로 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휴전의 구체방안은 포괄적인 타협만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
▲연립정부의 구체적 실천방법은?
-연정의 문제는 20차례나 계속 되어온 비밀회담의 핵심문제로서 휴전 이후의 「사이공」정부를 어느 측에서 장악하느냐는 지극히 중요한 문제이다.
공산측이 먼저 「사이공」파·「베트콩」파·중립파의 3파 연정을 수립하되 「티우」 현 대통령은 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거국내각을 구성하되 여기에는 「티우」대통령뿐 아니라 「베트콩」도 동등한 자격으로 참가해야 된다고 맞섰다.
그렇게 구성된 내각이 주재하는 총선 1개월 전에 「티우」가 사임하고 현 상원의장 「구엔·반·후엔」이 대통령직을 대행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한 보도는 「티우」가 수반으로 남는 연정에 공산측이 동의했다고 하지만 「티우」의 거취가 그 동안의 협상과정에서 쌍방의 양보대상의 「심벌」처럼 돼버렸기 때문에 큰 신빙성은 없다.
「닉슨」대통령은 최근까지 「티우」에 대한 지지를 공언하고 있다. 그가 3파 중 「사이공」파의 수반으로 연정에 임하게 되리라는 한 보도가 보다 신빙성이 있다.
▲「인도차이나」 중립화 안은 협상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가?
-아마 이 문제는 그 포괄적인 정치적 성적으로 보아 장기적으로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월남측은 월남의 휴전이 「라오스」 「크메르」 뿐 아니라 월맹까지도 대상지역으로 삼아야 된다고 주장해왔다.
월남전의 성격으로 보아 그와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것이기는 하나 월맹이 월남문제에 관한 협상주체의 입장에서, 더구나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려는 입장에서 월맹자체의 운명을 당장 협상대상으로 삼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중립화 안에 앞서 「인도차이나」전역에 대한 휴전안이 월남휴전문제와 동시에 해결될 전망은 뚜렷이 보인다.
구체적으로 지난18일 친공 「파테트·라오」측에서 휴전을 공식 제의했고 20일에도 「크메르」의 「시아누크」지지세력이 협상 준비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프놈펜」에서 나왔다. <외신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