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시, 미국보다 상승 여력 많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슈로더그룹 마시모 토사토 부회장 겸 런던 본사 CEO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년간은 미국보다 유럽에 투자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 슈로더]

“미국보다는 유럽 시장이 좋고, 펀드 중에서는 멀티에셋 펀드를 추천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슈로더 그룹 마시모 토사토(Massimo Tosato) 부회장 겸 런던 본사 CEO(최고경영자)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1년간은 유럽에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여러 차례 경신한 뉴욕증시와 달리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유럽은 주가 상승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며 미국보다 유럽시장이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그와 인터뷰한 4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스페인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S&P도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오를 만큼 올랐단 얘긴가.

 “최근 들어 조정을 좀 받긴 했지만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거품은 아니다.”

 -미국 증시는 왜 그렇게 올랐나.

 “기업들의 내년 실적이 좋을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미국 실물경기 회복세가 뚜렷함을 감안할 때 현 주가 수준은 합당한 편이다.”

 -유럽은 어떤가.

 “유럽 은행들의 ‘디레버리징(차입축소)’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회복세는 느리지만 그만큼 증시 ‘상단’이 열려 있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신흥국 투자에 대해 토사토 부회장은 “유럽의 성장세가 가시화된 이후에나 투자를 검토하라”고 조언했다.

 -한국도 별로란 말인가.

 “한국은 다소 예외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견고하고, 재정 건전성도 좋다. 삼성전자·현대차 같은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도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이후 신흥국 간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은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본다.”

 - 코스피지수도 조정을 받고 있는데.

 “북한 리스크와 낮은 배당 성향이 문제다. 글로벌 증시 평균 배당수익률이 2.5%인 데 비해 한국은 1~1.5%에 불과하다.”

 -어떤 펀드가 지금 시점에서 유망하다고 보나.

 “시장 상황을 봐라. 변동성은 커지고, 저금리·고령화시대가 굳어지면서 투자 자산의 위험관리가 점점 중요해진다. 채권·주식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줄이는 멀티에셋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슈로더 그룹도 최근 멀티에셋 인컴펀드 분야를 특화하기 위해 관련 부서 인력을 대폭 충원했다. 멀티에셋 펀드를 통해 특히 퇴직연금 펀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멀티에셋 펀드는 어디에 주로 투자하나.

 “경제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는데 최근엔 채권·현금 보유보다는 글로벌 주식, 그리고 인프라 쪽으로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는 한국의 투자 문화가 지나치게 단기 성과 위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이슈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성장 관점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무슨 얘긴가.

 “엔저만 놓고 봐도 한국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순 있다고 본다. 하지만 환율은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변동성이 커 방향을 예측하기 상당히 어려운 분야다.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변수가 될 만한 요소들을 살펴보고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게 좋다.”

 -한국 자본시장에 대해 평가해 달라.

 “많이 크긴 했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금융상품 비과세 제도를 활성화해 중산층 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홍상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