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홍콩공연 연일 매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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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아츠페스티벌이 지난 9일 폐막됐다. 축제 기간인 지난 한달여간 홍콩 내 8개 극장에서 전 세계 40여개 작품이 쏟아졌다.

홍콩아츠페스티벌은 깐깐한 작품 선정과 성공적인 축제 운영으로 아시아권에서는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괜찮은 작품을 찾아나서는 공연기획자들에겐 아트마켓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올해는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얼마 전 한국 공연을 가진 피아니스트 윤디 리와 재즈싱어 디디 브리지워터의 공연은 이곳에서도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갔다. 슈투트가르트 오페라와 함부르크 발레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한국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홍콩의 한류(韓流)열풍을 반영하듯 많은 관심 속에 무대에 올랐다. 6일부터 사흘간 홍콩예술아카데미 리릭시어터에서 공연된 '지하철 1호선'은 18개의 외국 참가작 중 아시아 지역에서는 유일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홍콩아츠페스티벌에 초청받은 국내 작품은 1997년 임진택씨의 판소리 '오적' 뿐이었다.

'지하철 1호선'은 서울의 청량리와 지하철 1호선을 배경으로 기층민의 삶을 때론 따뜻하게, 때론 풍자로 그려냈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작품을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한국적 상황에 맞게 번안했다. 이미 독일.일본 등 해외공연에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홍콩 공연의 반응은 뜨겁다기보다는 차분한 편이었다. 대부분의 관객이 젊은층이라는 걸 염두에 둔듯 '조용필과 최진실과 같은 스타'라는 자막은 '안재욱과 보아 같은 스타'로 바꾸는 기민함을 보이긴 했지만 노래말과 대사량이 많다 보니 관객들이 이를 소화하기 어려운듯 보였다.

첫날 공연을 보러온 쳉 이(16)양은 "자막을 읽다보면 무대 장면을 놓치고, 무대만 쳐다보기엔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음악과 슬라이드 화면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페스티벌의 성격상 비언어(넌버벌) 퍼포먼스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지하철 1호선'이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고, 관객들도 "재미있고 신선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김민기 대표는 "말이 안 통한다고 작품을 모두 넌버벌로 만들 순 없는 일"이라며 "외국인이 우리 작품을 이해 못하는 걸 걱정하는 건 상업적인 생각이다. 우린 외국인이 봤을 때 '저게 뭘까'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을 무한정 시도해야 한다"는 뚝심을 보여줬다. '지하철 1호선'은 14일부터 서울 공연을 재개한다.

홍콩=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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