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퇴한 「고맥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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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도 정부 보리 수매 예시 가격이 올해보다 10% 인상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 인상안은 올해의 30% 인상율 보다 3분의1로 크게 둔화됐으며 69년의 9·9%와 맞먹는 고맥가의 후퇴를 의미한다.
고미가와 더불어 69년 내 실시해온 고맥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맥류 생산 실적은 계속 줄어 들었으며 보리의 식수 면적도 68년의 1백16만 정보에서 98만7천 정보로 17만3천 정보나 줄어든 것은 농가가 보리 생산을 외면하고 있다는 반증.
농림부는 내년의 보리 수매 가격을 10%선으로 인상율을 둔화시킨 것은 물가를 3%선에 묶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해명이다.
내년도 도매 물가를 3%로 억제할 경우 보리 생산 농가는 실질적으로 7%의 이익을 본다는 주먹구구식 계산을 내놓고 있다.
농림부 계산에 따르면 72년의 경우 30%인상율은 올해 물가 억제 선을 10% (9월말 현재 8·1%)로 줄여 잡더라도 농가 실질 이익이 20%나 된다는 셈이다.
그런데도 올해 보리 식수 면적은 7l년에 비해 줄어든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올해 보리 수매 예시 가격을 30%나 대폭 올린 것은 만성적인 외맥 도입을 지양하고 쌀 자급을 앞당기기 위한 것인데 올해에도 35만t의 보리쌀을 도입했다.
그러나 올해의 20% 실질 소득을 계산하고서도 보리 식수 면적이 줄어든 것에 비추어 내년에 7%로 급강하한 소득을 내세워 농가의 보리 생산이 장려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은 극히 비관적이다.
예시 가격의 목적이 보리의 파종 전에 생산자의 의욕을 고취시켜 보리 생산을 늘려 보자는데 있다면 내년도 보리 수매 예시 가격이 이 목적에 부합되는지의 여부를 농가가 스스로 조절할 것이다.
보리쌀 값의 도매 물가 가중치는 1%, 10%가 인상됐을 경우 도매 물가에는 0·l%의 상승작용을 한다.
그런데 보리쌀은 이중 맥가제로 내년도 판매 가격을 올해 수준으로 묶는다는 방침이고 보면 보리가 예시 가격 인상과 도매 물가 3% 억제하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안 된다.
일제 가격에 의한 가격 적자폭이 가마당 올해의 2천57원에서 2천6백93원으로 늘어나고 올해의 양특 적자 규모 1백79억원이 2백21억원으로 커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물가와 직접 연관되는 것은 아니며 다만 이 양특 적자의 처리를 정책적으로 다루면 되는 것이다.
해서 내년도 보리 예시 가격 인상 억제를 바로 물가 3% 억제와 「링크」시킨다는 것은 고맥가 후퇴에 대한 농림부의 표면상 이유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다.
보다 과감한 보리 이중 가격제의 실시는 물가 억제와 연결시키지 말고 양특 적자의 보전책과 관련해서 차원 높은 조곡 정책에서 그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최종 결정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재가 때에 예시 가격 인상율이 10% 이상 재조정될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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