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억제를 위한 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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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연간 물가 상승율을 3%선에서 억제하기 위해 쌀값 상승율 앞으로 수년간 5%이내에서 억제하는 한편, 공공·관허 협정 요금의 인상을 74년까지 일체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 한다.
우리는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물가를 연율 3%선에 억제함으로써 과거 20여년간 우리 경제가 젖어 있던 「인플레」 생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이 나라 경제 풍토에 합리주의적 사고 방식을 심으며, 나아가 경제 체질을 개혁하라는 여론을 받아들여 정부가 이제 실천으로 옮기려는 결의의 표시로 평가하고자 한다.
종래 정부의 각종 경제 시책을 근본적으로 빗나가게 했던 불건전한 경제 풍토에 일대 쇄신이 가해져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지만, 적어도 경제 정책면에 있어서는 제도 개혁이나 정책적 노력이 현실적인 본질적 동향을 외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합리성의 원리가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다.
확실히 물가 상승을 근본적으로 억제해야 할 필요성은 절실하며, 또 그렇게 하려면 물가상승을 주도해왔다고 평가되는 공공 요금·관허·협정 요금 등을 동결시킬 뿐만 아니라, 환율의 동결 조치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공공 요금이나 환율을 동결했다고 해서 물가 상승 요인이 모두 제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물가 상승 요인을 이 시점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도 또한 분명하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물가 상승의 또 다른 큰 원인으로는 재정 팽창과 통화 금융 정책을 들어야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동시에 고율 투자·고율 성장 정책이라는 기본 전제를 물가 안정이라는 각도에서 다시 평가해야하겠음을 강조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이 나라 산업 구조와 기업 재무 구조가 근본적으로 물가 상승 요인을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솔직이 인정한다면 이들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개선책이 정책적으로 제시되어야 하겠음을 우리는 강조하고자 한다.
이들 근원적이고도 구조적인 물가 요인을 배제시키지 않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한다면 경제 체질 자체가 안으로부터 곪아 터져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임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당국이 무엇보다도 깊이 배려해야 할 사항은 경기 침체 과정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서 예산 규모를 대담하게 억제해야만 물가 정책과 예산 정책이 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이 이 사실을 도외시해서 인정 과세라는 전가의 보도를 마구 휘두르는 것은 물가를 크게 자극하거나 아니면 기업 체질을 약화시켜 경제 과정을 교란시키고 결과적으로 국민 경제에 조금도 득을 주지 못할 것임을 직시하기 바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8·3조치를 계기로 통화 팽창 정책을 집행하고 있는 점도 물가 정책과 상충되는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금과 같이 대담하게 통화를 팽창시킨다면 그것이 불원간 물가를 자극하게 될 것임은 너무도 자명하다는 점에서 통화 금융 정책과 물가 정책을 조화시키는 조정 작업을 서둘러야 하겠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고율 차관에 의한 고율 투자 정책과 국제 수지 역조 폭의 확대 문제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경기가 침체 과정을 심화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국제 수지 면에서는 괄목할만한 균형화 운동이 파생되고 있는 것인데, 이를 살려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정부는 다시 고율 차관·고율 투자 방식을 전개시키려 하고 있음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이러한 정책이 지속되는 한, 국제 수지 적자폭은 다시 확대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를 조정하기 위한 환율 인상이 또 불가피하게 되어 물가 안정 정책과 모순 관계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요컨대, 물가 안정 정책을 제1의 과제로 삼으려 한다면 모든 정책이 이와 조화 될 수 있도록 조정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려 모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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