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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주|본사 이광균특파원 평양방문기|옷매 화장은 50년대 모습 그대로|고급연회 때면 판치는 인류요리|그래도 평양냉면의 국물은 예전의 맛|남남북녀는 벌써 옛 말…가냘픈 여자는 안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백여 시간을 북한에 머물렀지만 기자들이 접촉해 볼 수 있는 범위는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북한생활의 참 모습을 충분히 알아보려 애를 썼지만 일반주택은 한곳도 방문할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아니라 일반시민 단 한사람과의 접촉도 할 수가 없었다. 기자가 본 북한의 생활은 이번 북한체류기간 중 만날 수 있었던 제한된 사람과 각종 행사, 그리고 방문 및 안내원들에게서 엿들은 이야기들 일 수밖에 없다. 27년만에 처음으로 비집고 들여다본 금단의 문을 연 북한생활-그 한 단면을 분야별로 살펴본다.
스타킹 신은 여성 없어
평양·개성·사리원 등지의 길거리에서 본 행인의 옷차림은 대개 남자의 경우 회색 인민복 차림이 이따금 눈에 띄고 저녁 선선할 때에도 와이샤쓰의 긴소매를 반쯤 걷어붙인 노타이차림이 대부분이고 연회장에 나타난 인사들은 대개 검은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었으며 당간부는 역시 인민복을 입고있었다.
노상의 여자들은 제복처럼 흰저고리 검은 통치마가 압도적이고 이다금 눈에 띄는 양장은 흰 블라우스에 회색 또는 검은 롱·스커트였다.
기사로 우리신문들이 흰저고리에 검정 롱치마를 대대적으로 보드하자 북적수석 김태희는 『왜 남한에서는 우리 여성들의 까만 통치마를 그렇게 크게 보드하느냐? 남한에서는 까만색을 싫어하느냐?』고 의아한 표정을 짓더라는 얘기였다.
익숙치 못해 안 먹힌 화장
기자들을 접대한 여자 종사원들은 모두 퍼머를 하고 (우리식으로 보면 구형) 백색 또는 흑색의「비닐」제 「미들」구두를 신고있었으며 습관이 안된 탓인지 화장이 잘 먹히지 않아 어색해 보였다. 스타킹을 신은 여성은 별로 없었고 손가락에 반지를 낀 여성도 별로 못 보았으며 손과 피부 등이 모두 약간씩 거칠어 보였다.
『피바다』공연을 한 평양대극장 휴게실에서 만난 평양 타임스에 소속해 있다고 하는 두 여기자단이 하늘색 투피스양장을 하고 있었다.
시가를 단체 행진하는 학생들이나 소년학생궁전에서 만난 소년소녀들은 붉은 스카프 (북한에서는 붉은 넥타이라고 한다)를 매거나 똑갈은 재복차림이었으며 옷감은 나일론 같은 화학섬유가 많았으나 직조기술은. 그리 대단한 것 같지 않았다.
개성 등 도시거리에서는 고리의 여인도 간혹 보였다.
북한에서는 비닐을 회피라고 했고 구두는 이 의피 구두가 많았다.
피바다 여우도 팔자 걸음
예부터 전해오던 남남북녀란 표현 대로 아름다운 「북녀」를 눈여겨 찾아보았다.
서울의 명동이나 대학가, 그리고 길에서 이따금 눈에 띄는「미녀」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평양 도착 후 하루 이틀이 지나서 였다.
「서울의·미녀」같은 여성이 없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북한은 다른 사회분야도 그렇지만 우리가 이미 지난 옛날의 추억으로 돌러버린 50년대의 패션 시대에 여성의 옷도 체구도 화장들도 머물러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더라도「북녀」의 바람을 갖춘 여성이 있어야할 것이라는 의문도 적어도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범적 북한시민」에 속하는 여성들에게선 찾을 수 없다는 사회구초를 생각해 보니 수긍이 쉽게 간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흠미하는 사회가 아니라 그랬을까?
가극 『피바다』의 여주인공은 멀리 무대에서 쳐다보는 한 아름다와 보였다. 그러나 그 옛날 서북지방의 호리호리한 몸매의 가냘픈 풍의 미인은 아니었다. 체구가 좋고 허리가 굵어 보이고 연기 때문인지 팔자걸음이었다.
옥류관 만찬 때 기자가 안내된 테이블에서는 이경희라고 하는 젊은 여배우와 동석을 할 기회가 있었다.
평범하게 다듬어진 잘 생긴 얼굴이었으나 그 옛적 이미지의 미인형은 아니었다.
음식은 주로 한식인데 참으로 가지각색이다. 대체로 그 고장의 별미와 특미를 살렸다고 하나 만찬의 매너는 중국식을 본 뜨고 있었다.
나이프· 포크 3벌에 수저. 첫 북한음식을 대한 것은 29일 문수리 초대의 만찬이었다.
살아서 숨을 떨멱이는 팔목만한 크기의 대동강 송어회를 비롯하여 떡·새우·해삼·신선로· 인삼· 갈비찜· 배추김치· 오이지·버섯·과일·「아이스크림」그밖에 3층짜리 케이크 등이 넓은 원탁이 비좁아 보일 정도로 차려 나왔다.
우리가 대접받은 아침·점심·저녁식사는 어디를 가나 비슷했다.
옥류관에서의 만찬도 음식을 미리 둥근상에 차려놓고 치마저고리의 여자들이 메뉴의 순서에 따라 각자의 음식접시에 나누어준다. 식탁 위엔 나이프· 포크 3벌, 그리고 수저와 젓가락이 반드시 놓여있다.
글라스만 4개 내 놓아
글라스는 4개가 놓였다. 하나는 맥주, 다른 것은 포도주용, 큰 것은「사이다」용, 그리고 작은 삼각 잔은 인삼주용이다.
음식에도 고급일수록 인삼요리가 특징이다. 인삼닭찝· 인삼찜· 삶은 수삼· 인삼 아이스크림도 있다. 인삼뿌리를 설탕에 절여 잣을 박은 인삼강정도 별미. 옥류관과 만경대에서는 냉면을 내어 놓았다. 평양냉면은 담백한 국물맛이 옛날 그대로 였다.
남한에서의 구절판 비숫한 여러가지 음식을 함께 담아 내어 놓은 것이 있었는데 요리 이름이 합성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술을 권하는 풍습은 없는 둣 잔이 조금만 비어도 접대하는 여자가 첨잔을 한다.
박성철 주최의 내각청사 만찬에서 박성철은 이런 음식을 가리켜 일본식도, 구라파식도, 중국식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나라 고유의 것도 아닌 새 요리방법을 형성시켰다고 자랑하더라는 것.
인삼아이스크림까지
박성철주최의 내각청사만찬 차림판(메뉴)과 조선민주당 오찬의 차림표는 다음과 같다.
내각청사 만찬 차림표 ①찰떡 ②꿀③과즙 (과일을 쌓아놓는 것) ⑷닭찜 (닭튀김) ⑤왕새우찜 ⑥쇠천엮무침 ⑦돼지 발보쌈⑧섞음채 (나물) ⑨만두국· 밥 ⑩생선구이 (소가리를 은박지에 싸서 구운 것) ⑪쇠갈비찜 ⑫송이버섯볶음 ⑬수박 ⑭김치 ◎차 ⑩술 (인삼주)
오찬엔 가지수 만도 20종
조선민주당 오찬차림표 ①실기떡 ②계괴떡 ③홀래브 (식빵) ④버터 ⑤계란연어암 ⑥똘르 (케이크) ⑦합성 ⑧삼색냉채 ⑨통군닭 ⑩쇠쑥편 ⑪쇠횟간 ⑫육회 ⑬메추리구이 ⑭청포채 ⑮해삼찜 도마도 새우낙하튀김 해파리냉채 장포 하회 오비육장 통배추김치 통생선튀김 송이버섯구이 불고기 밥 맑은국 오미화채 과일 술
그러나 이러한 음식은 최고급 접대용이고 일반 가정에서는 어떤 식생활을 하는지 알아 볼 수 없었다. 대체로 과일은 풍부한 것 같았고 각종 과일주스가 많은 것이 특색. 파리에서는 식사 전에 꼭 과일즙을 마시는 새로운 풍습을 택하고있었다.
찾아볼 수 조차 없는 냉수
또 식사 때 반드시 떡이 나왔다. 인절미·반달떡 등 여러가지 떡이 많았다.
그런데 물이 없다. 찾아서 달라고하기 전엔 가져오지도 않고 갖다놓지도 않는다.
물 대신에 과일즙 (주스) 을 마시라는 것. 음식을 먹는 법에도 역시 27년의 단절은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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