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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별 기고

먼 친구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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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

한국과 독일이 처음 관계를 맺은 지 올해로 130년을 맞았다. 양국은 1883년 우호통상항해조약을 체결한 이래 먼 친구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성장했다. 두 나라의 우호관계는 많은 공통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선 분단 경험을 공유한다. 한국과 달리 독일은 다행히도 이미 분단을 극복했다. 또 한강의 기적은 라인강의 기적을 모델로 했다. 근면한 국민과 기업의 높은 생산성 덕분에 놀라운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점도 비슷하다.

 독일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한국과 더욱 강력히 협력하기를 희망한다. 올해 가을 차관급으로 개최된 한·독 고위급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할 예정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내년 독일 방문도 성사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글로벌 리더를 위한 핵심 포럼인 주요20개국(G20) 회담을 공동 활동무대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양국은 금융정책의 안정, 지속적인 채무 감축 및 사회보장제도 강화에 관심이 많다. 이 분야에서 양국이 힘을 모은다면 글로벌 어젠다를 추진하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관계는 특히 역동적으로 발전해왔다. 양국 교역량은 지난 10년 새 12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양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래 세 가지 경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첫째, 교역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의 대독일 수출도 다시 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유로존의 경기회복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도 이에 한몫한다. 유럽에서 한국산 자동차·휴대전화·가전제품 등은 날로 인기가 높아간다. 한국에선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독일산)’ 제품의 수요가 증가일로다.

 둘째, 독일은 한국에 대한 외국투자 1위 국가라는 위상을 계속 높여갈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에선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된다. 한국 기업들도 다시 적극적으로 독일 시장에 뛰어들어 유럽·러시아로 이어지는 거점으로 활용한다. 한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들은 한국 대기업들의 전 세계적 성공의 덕을 보고 있다.

 셋째, 양국의 산업계는 현재 연구개발(R&D) 투자를 활발히 늘리고 있다. 독일 기업들은 한국 자회사들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의 성과를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IT·재생에너지·포토닉스·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서 독일 내 연구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내일의 세상을 위한 제품 비전을 개발하고 이를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창조경제는 양국 파트너십을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다. 새로운 교통 컨셉트, 전기자동차, 재생에너지, 현대 의학, 미래 인터넷 등에서 양국은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함께하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우리는 최근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이들의 국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환영한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교류가 활발하다. 양국 학술·연구단체들은 탁월한 네트워크를 갖췄다.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도 크다. 특히 정보통신·재생에너지·환경기술과 핵안전 분야 등에서 서로 힘을 합하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신속함과 독일의 철저함을 결합하면 이길 상대가 없을 것이다. 양국은 첨단 국가로서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계속 연구에 투자해야 한다.

 독일의 고전 문화는 한국에 널리 알려졌다. 독일의 작가·사상가·작곡가를 좋아하는 한국인이 많다. 반면 독일에서는 소수층에만 한국 문화가 알려졌다. 그러나 한류와 K팝 덕분에 사정이 많이 바뀌고 있다. 우리는 이런 추세를 활용해 더 많은 독일 젊은이가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오게 해야 한다.

롤프 마파엘 주한 독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