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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풍 드레스 입은 백작부인 … 헝가리 슬픈 역사 숨어있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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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슈테파니아 프란다우 백작부인이 1867년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대관식에서 입은 연회복. 헝가리 농민들의 전통의상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드레스다.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헝가리 왕실? 낯설다. 중부 유럽 내륙에 위치한 구 공산국가 헝가리는 한국과 지리적·심리적으로 먼 나라다. 헝가리는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침략으로 나라가 셋으로 나눠지는 아픔을 겪었고, 17~19세기에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의 통치를 받는다. 독자적인 왕조를 이어가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의 영향으로 헝가리만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됐고, 민속문화와 합스부르크 왕조의 화려한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헝가리 귀족문화는 독특한 색채를 띠게 된다.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이귀영)이 3일부터 여는 ‘헝가리 왕실의 보물’ 특별전에는 헝가리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대표 유물 190점이 소개된다. 고궁박물관이 2011년부터 진행중인 유럽 왕실박물관과의 교류에서 인연이 닿아 특별전까지 이어졌다.

 헝가리는 1989년 구 공산권 국가로는 최초로 한국과 수교를 맺은 나라. 2014년은 한국-헝가리 수교 25주년을 맞는 해다. 이귀영 관장은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헝가리 역사와 합스부르크 왕가 및 귀족사회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다양한 유물을 통해 헝가리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전시장 입구에서 헝가리 왕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왕관이 관객을 맞는다. 12세기부터 왕의 대관식에 쓰였던 이 유물은 헝가리 최고의 보물로 국외 반출이 불가해 한국에는 복제품이 왔다.

 전시 초입에는 400여 년간 헝가리를 통치한 합스부르크가의 인물 중 헝가리와 인연이 깊었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1717~80), 프란츠 요제프 1세(1830~1916), 엘리자베트 왕비(1837~98) 등이 소개된다. 헝가리 귀족들의 지원을 받아 왕위계승 전쟁에서 승리한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가 된 마리 앙투아네트(1755~93)의 어머니다.

 19세기 들어 합스부르크의 압제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귀족들은 헝가리 농민의 전통 복식을 응용한 의상을 착용하기 시작한다. 앞치마와 머리에 쓰는 베일, 식물문양을 수놓은 치마로 이뤄진 귀족여성의 연회복은 우아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전란이 잦았던 국가인 만큼 무기산업도 발달했다. 루비·에메랄드·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칼과 자개상감 무늬를 넣은 사냥용 총 등은 그 어떤 액세서리보다 화려하다.

 특별전과 연계해 헝가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연(12월 3일, 2014년 1월 16일), 헝가리 음식 시연회(2014년 1~2월 매주 화요일)도 열린다. 전시는 내년 3월 9일까지. 무료. 02-3701-7500.

이영희 기자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서
오늘부터 '왕실의 보물'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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