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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힘? 미 여성 정치인에 뭉칫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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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워런

미국 정가에 여풍이 거세다. 정치자금 모금에서 여성이 남성을 이미 추월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지난해 미국 상원의원 중 여성 의원의 1인당 모금액은 900만 달러로 남성(700만 달러)을 훨씬 앞섰다. 여성 상원의원의 1인당 모금액은 1998년 이후 줄곧 남성을 앞질러왔다. 현재 100명의 상원의원 중 여성 의원은 20명이다.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디디 마이어스는 “미국 정치에서 돈은 승자를 따른다”며 “여성 정치인에게 돈이 몰리는 것은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여풍이 거세진 데는 여성 스타 정치인의 등장이 작용했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이어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이 대표주자다.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신인 워런 의원은 지난해 4210만 달러를 모금해 역대 여성 상원의원 중 최고를 기록했다. 워런은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를 위협할 존재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가 정치자금 모금과 후보 지지에 적극 나선 것도 여성 정치인 돌풍에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 단체가 낙태권을 옹호하는 ‘에밀리 리스트’다. 85년 설립된 이 단체는 지금까지 주로 여성 정치 신인을 발굴해 모두 3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여성 유권자의 편견도 크게 줄었다. 1세대 여성 상원의원으로 현재 상원 정보위원장인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주) 의원은 “90년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에 도전했을 때 여성 유권자에게 정치헌금을 요청하면 ‘남편에게 물어보겠다’고 답한 사례가 태반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최근엔 여성 유권자가 여성 정치인 후원에 적극적이다. 다만 정당별로는 차이가 있다. 워싱턴 소재 ‘책임정치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중간선거에 도전하는 민주당 여성 후보의 정치헌금 가운데 40%가 여성 기부자에게서 나왔다. 공화당 여성 후보의 경우엔 29%에 불과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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