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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조 인터넷 쇼핑, 위법행위 제재 강화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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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경제활성화도 필요하지만 공정위는 정부 내에서 경제민주화의 목소리를 내야 했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키로 했다. 인터넷 쇼핑 시장 규모가 지난해 32조원을 넘어서는 등 급증하고 있지만 불공정 행위에 대한 제재는 많아야 수백만원의 과태료에 머물러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또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세울 경우 100%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관련 조항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이 통과된 뒤 정식으로 손볼 계획이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2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 위원장은 전자상거래 업체의 법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며 “현행 전자상거래법상 위반에 대해 시정조치와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상거래 시장에는 영세 중소 사업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경제가 풀리는 대로 과징금 관련법을 개정해 전자상거래 업체의 위법행위에 매기는 과태료를 과징금으로 바꿔 제재 수위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규제가 기업 투자를 저해한다는 지적에 대해 노 위원장은 “증손회사 지분율 규제 등 지주회사 규제는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지만 기술개발과 외자 유치 등 건전한 투자를 제한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외국인투자촉진법만 개정하면 국내 기업과의 차별 문제 등이 있으므로 우선 외촉법이 통과된 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제도 개선방안도 뒤따라 가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규정에는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설립하려면 100%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외촉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의 경우 ‘100% 지분 보유’ 부분을 완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은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라며 반대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국내 최초로 신청한 동의의결제는 앞으로도 온라인 신기술 분야에 제한적으로 적용될 방침이다.

 노 위원장은 “동의의결제는 제재보다는 시장질서의 빠른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정거래조정원과 공정위 역할의 중간쯤 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의의결제를 적용하기 위한) 명확한 선을 긋기에 고민스러운 측면이 있지만, 외국 사례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신기술 분야에 제한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면서 “명백한 법 위반 사실이 있을 경우 동의의결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경우 일부 법 위반 사실이 명백한 사례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신기술과 관련한 사항인 만큼 최종 심사를 한 뒤에 부문별로 동의의결제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공정위는 밝혔다.

 노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라는 용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는 사실 정치적인 용어로, 지난 대선에서 잘못 이름짓는 바람에 경제민주화의 영역이 너무 넓어졌다”며 “결국 이 단어를 바꾸진 못했지만 콘텐트 측면에서 경제원칙과 정당한 활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 쪽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정위원장으로서 올 한 해를 스스로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대해 “연말까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만 통과된다면 A학점을 주고 싶다”며 “동양 사태 같은 대형 사고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만 미리 했으면 예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상반기에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이 경제 현실에 맞게 제대로 작동되도록 관련 고시와 지침을 제·개정하는 등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후속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공정위는 심사관이 무혐의 또는 경고조치하는 사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사전검토를 거치도록 ‘시민심사위원회’를 설치한다. 공정위의 법 집행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또 과징금 감경 항목과 비율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과징금 고시를 개정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그간 과징금을 지나치게 깎아줬다는 비판에 대한 대안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과징금 감경률은 현재의 60%에서 26%로 대폭 낮아진다. 또 지난달 29일 하도급 지침을 제·개정해 기술 유용과 부당 단가 인하, 발주 취소·반품과 관련한 구체적 법 위반 사례를 명시했다.

인터뷰=김동호 세종취재데스크, 정리=최준호 기자

동의의결제
사업자가 원상회복 또는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소비자 피해와 실질적 구제, 신속한 경쟁질서 회복이라는 차원에서 2011년 11월 도입됐다.
증손회사
지주회사 체제의 맨 마지막에 둘 수 있는 회사.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 밑에 증손(曾孫)회사를 두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과태료·과징금
과태료는 위반자의 규모나 매출액과 관계없이 행위에 대해 정해진 금액을 매기는 가벼운 제재인 반면, 과징금은 위반자의 매출액과 위반행위의 파급효과를 고려해 부과하는 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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