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지휘관 「교육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 정세 하 국방의 대임을 맡고 있는 군인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7·4성명과 남북적십자 회담의 진행, 외부세계의 동향 등 내외정세의 변천은 내외의 갖가지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동시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존관념에도 적잖은 도전을 가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최근 우리주변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는 내외정세의 급변은 우선 철두철미했던 한국민의 반공사상에 가리울 수 없는 위화감을 가져오게 함으로써 적잖은 수효의 국민들에게 일종의 방향감각상실증을 절감케 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전환기에 으레 있을 수 있는 시련이라고도 하겠으나 특히 북한공산집단을 당면한 적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무장도발을 막는 것을 자신들의 존재이유로 삼았던 충용스런 국군 장병들에게 있어서 현재 진전하고 있는 국내외 정세의 의미를 명석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정신태세를 가다듬어 철통같은 단합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임을 재언의 필요가 없다.
특히 평화를 유지하고 국토를 방위하기 위한 국군의 사명은 이런 때일수록 더욱 그 중요성이 가중된다. 7·4성명과 연관해서 이미 지난 7일 유재흥 국방장관 주재아래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가 개최된 바 있었거니와 20일 노재현 육군참모총장은 육군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과 전군 관계 산육 기관 부대장 등을 소집한 「육군 주요지휘관 교육회의」를 소집, 이 자리에서 현 정세 하의 군인자세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하달했다.
이날 노 총장은 『군을 7·4공동성명을 1차적으로 긍정하지만, 만약 그에 역행될 때에 대비하여 상시 전투준비를 완성함으로써 전쟁을 사전 억제하고 나아가 조국통일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한편, 같은 날 박정희 대통령도 국방대학원 졸업식 석상에서 7·4성명의 목적과 의의, 그리고 그에 대비한 군의 자세를 강조했다.
현 국제정세와 국방과의 관계 또는 전쟁과 국방과의 관계라는 견지에서 볼 때 국방이란 주권독립국가에 있어서 전·평시를 막론하고 국가존립의 필수적 요건이며, 특히 평화유지와 국방은 함수관계에 있음을 수용도 있어서는 안되겠다. 현 정세의 특색이라 할 긴장완화나 평화공존이 국력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가 직면한 현 남북관계가 대결 속의 대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국방의 필요성은 추호의 변동이 있을 수 없다.
국군의 이념, 국군의 사명, 군인의 정신, 군기는 정세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없는 것이며 대결 속의 대화에 있어서나 평화를 재내하고 유지함에 있어서나 강력한 국방이 모든 것의 중핵이 됨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때일수록 중요한 것은 정신전력의 최대한 계발이다. 군의 정신무장은 다른 분야와 달리 그 정의·목적·원칙·방법 등이 창군이래 군 정훈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발전되어 왔다. 물론 여기에는 아직도 인원·예산·편제상 개선할 여지가 없지 않다.
군인정신 함양과 사상선도를 위한 정훈업무 강화는 현 정세에 대한 국군의 과업 중 최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과업이다. 전력의 종합적인 허가는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각 개인의 정신력에 직접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며, 현 정세에서 확고한 군인정신확립처럼 크게 요구되는 것은 없겠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