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억류자 가족들의 애 타는 재회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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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돌아온 문종하 씨가「사할린」에서 만난 5명의 억류교포 가족이 나타나 재회를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 .
16일 부산의 서상근씨 가족에 이어 이종호 황석이 이춘부씨 등 4 사람의 가족들이 나타나 뜻밖의 소식에 충격을 받고 까 무라 치고 또 감격과 기쁨에 젖어 있다. 이 같은 이산가족이 만날 길은 없을는지-대한적십자사는 우선 이들이 원하면 국적-소련적십자를 통해 서신을 전해보겠다고 밝혀 한 가닥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황석이씨 가족>
【진해】황석이씨(61)의 부인 조말련 여인(53) 은 황씨가「사할린」에 살아 있다는 말을 듣고『꿈만 같다』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조 여인은 진해시 경화동2가1173 번지에 주소를 두고 시내 중앙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하고있으며 아들 황갑득씨(38)는 동래군 장안 면에서 날품팔이를 하고 있다.
조 여인은 그 동안 남편 황씨가 죽은 것으로 알고 10년 전부터 추석·설 때 제사를 지내왔다고 했다.

<이종호씨 가족>
【부산】뜻밖의 소식을 받은 이종호씨(53·부산진구 괘법동552)가족은 기쁨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이씨의 어머니 하차순 할머니(76)는『아들이 살아 있다니 이게 정말이냐』고 기뻐하다 까 무라 치기도 했다.
가족들에 의하면 이종호 씨는 34년 전 19살 때 일본에 강제징용 갔다는 것이다.
3남4녀의 장남이던 이씨는 해방되던 45년에 편지가 한 장 있었고 그 후 소식이 끊어져 여태까지 죽은 것으로 단념해 왔다는 것이다.
하 할머니는 18년 전 남편 이행계씨가 사망했을 때『큰아들을 못보고 죽는 게 한』이라고 했다고 되뇌었다.
이종호 씨의 생존소식을 듣고 동생 창호·재 호(47,) 누이 명순(57), 누이동생 두리(40), 순 이(37)씨 등이 모여 어떻게 하면 소식을 전하고 함께 살겠느냐고 애태웠다.

<이춘부씨 가족>
【순천】문종하 씨가 전한 이춘부 씨의 아버지 이름은 이세갑(78)씨로 승 주군 서면 지본리에 살다가 작고했다. 이춘부 씨가 일본에 태어난 탓으로 친지들은 없으나 이세갑 씨의 형수, 즉 춘 부씨의 백모인 남원심 할머니(85). 당질 이성재씨(38·춘 부씨와는 6촌)가 살고 있다.
춘 부씨 소식에 성 재 씨는 지금까지 만나본 일이 없지만 돌아와 같이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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