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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신이 부른 정치바람 … 종교계 홍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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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종교계에 ‘정치구호’가 확산되고 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박창신 원로신부의 시국미사 발언에 따른 파장이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사제의 정치 참여는 안된다는 내용의 강론을 하자 함세웅 신부가 반박하고 나섰다.

 논란은 개신교 쪽으로 번졌다.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연합단체들이 27일 동시에 상반된 입장을 쏟아냈다.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28개 단체가 연대한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이 개입한 명백한 불법·부정선거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장로회총연합회 등 3개 평신도 단체는 “종교를 이용해 정치에 개입, 사회 혼란을 선동하고 북한의 연평도 도발을 정당화한 정의구현사제단 일부 사제는 즉각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연합단체는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각각 시국기도회·궐기대회 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에는 조계종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시국선언도 예정돼 있다. 타 종교로까지 시국미사로 인한 파문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부정선거 규탄이 급조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성복 목사는 “6월 대책위가 조직돼 선거 부정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를 줄곧 요구해 왔지만 이뤄지지 않아 대통령 사퇴까지 촉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 성향인 한국장로회총연합회 등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자 개신교계가 내부 분열에 빠진 듯한 모양새다.

 종교인의 정치 참여 역시 이슈화하는 형국이다. 염 대주교는 사제의 정치 참여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다양한 판단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일부 사제의 일방적 주장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자신이 나섰음을 측근을 통해 밝혔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종교인에게는 시대를 앞서 나가는 예언자적 기능이 있지만 한 나라의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너무 벗어난 얘기를 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경동교회 박종화 목사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가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어디까지 가능한지 등의 문제를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교인의 정치 참여 자체를 문제시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국기독교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유석성 서울신학대 총장은 “사제의 정치 참여는 안 된다는 염 대주교의 말씀은 정당이나 노조 가입 등 직접 정치행위를 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신교 연합단체들의 향후 활동이 자칫 교단 간, 종단 간 세력 대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종화 목사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100% 동의는 있을 수 없다” 며 “정권 비판을 하더라도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지혜로운 언어로 해야 하고, 입장이 다른 상대방과 공감대를 넓히는 과정을 통해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공동대책위는 지난 대선의 개표 부정도 거론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개표 때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면 반드시 수작업을 통해 검증해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이 과정이 생략돼 광범위한 부정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병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변인은 “대선 직후 여러 차례 설명회도 했고 검증 시연도 했던 사안이다. 불가능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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