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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의 여행 훈수] ⑤ 서해의 해 돋는 마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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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경을 발견하다

경제위기가 찾아왔던 1990년대 말, 여행 업계에는 무박 2일 해돋이 여행 붐이 일어났다. 강원도 강릉 정동진을 시작으로 해돋이 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나도 전국의 해넘이·해돋이 명소를 찾아 동해안과 서해안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서해안 여러 곳을 둘러보고 집으로 올라오는 길 충남 홍성에 사는 친척집에 들르게 됐다. 친척 어르신이 안부를 물었다.

“여기엔 왜 왔나?”
“해넘이 장소 좀 보려고 여기저기 다니다 왔어요.”
“그럼 해돋이는 동해에서 보나?”
“그럼요. 해가 동쪽에서 뜨니깐 동해에서 볼 수밖에요.”
“이쪽에서도 해뜨는 걸 볼 수 있는데?”
“말도 안 돼요. 서해에서 어떻게 해돋이를 본다는 겁니까?”
“저기 서산 지나서 화력발전소에 조그만 마을이 있는데 거기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네. 한번 찾아가보게.”

서해의 해뜨는 명소 당진 왜목마을은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발견되었다. 나는 바로 서해로 떠나는 일출 여행 상품을 만들었고, 왜목마을은 단박에 전국의 일출 명소로 떠올랐다.

# 왜목마을 해돋이가 가능한 이유는

왜목마을은 일출(日出)과 일몰(日沒), 월출(月出)까지 모두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장소다. 충남 서해에 위치한 땅끝 마을로, 해안이 동쪽을 향해 돌출되어 있고 인근 남양만과 아산만이 내륙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왜가리 목처럼 불쑥 튀어나와 있다고 해서 왜목마을이다. 모두 8가구가 살고 있으며 7가구가 어업, 1가구는 농업에 종사한다.

독특한 지형구조 때문에 바다 너머 경기도 화성시는 멀리 떨어져 있고 수평선이 동해안과 같은 방향이어서 일출ㆍ일몰ㆍ월출을 모두 볼 수 있다. 지구 공전에 따라 태양이 경기도 화성시 앞바다의 국화도와 장고항 사이를 이동하면서 뜨고 지기 때문에, 석문산 정상에 오르면 일출과 월출의 위치가 시기별로 달라지는 걸 볼 수도 있다.

화려하고 장엄한 동해의 일출과는 달리, 서해의 일출은 소박하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다. 일몰은 대난지도(大蘭芝島)와 소난지도 사이 비경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데, 활활 타오르던 태양이 서서히 빛을 감추며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검붉게 물들인 뒤 바다로 잠겨버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왜목마을에서 일출과 일몰 광경을 볼 수 있는 날은 최소 180일이나 된다. 태양이 국화도 위로 뜨는 7월과 장고항 틈 사이로 떠오르는 1월이 적기다.

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 올해 칠순을 맞은 국내 최고령 여행 가이드. 40년 넘게 국내 여행만 고집하고 있다.

왜목마을의 일출과 일몰 명소로서 조건을 두루 갖췄다. 그렇다 보니 벼락 관광지가 돼 버렸다. 지금 왜목마을은 영락없는 관광지의 모습이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주변에 식당과 모텔이 줄지어 서있는데, 왜목마을 주변의 숙박시설은 12월31일과 1월1일 사이에 예약을 받지 않는다. 워낙 사람이 많이 오다 보니 현장에서 부르는 게 값이 돼 버렸다. 2014년 1월1일 오전 1시 광화문 출발. 5만8000원.

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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