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담화문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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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확실히 우리의 주변정세는 최근에 이르러 크게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북괴로부터는 아직껏 아무런 변화의 모습도 찾아봄 수가 없다는 유감스러운 현실만이 우리의 눈앞에 엄존하고 있다.
물론 검으로 보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4대 군사노선을 추구하면서 무력 적화통일만을 호언장담해온 북괴가 최근에 와서는 변화의 물결에 편승하여 갑자기 평화선전을 일삼기 시작했다고 해서 이 것을 가리켜 북괴도 섭했다고 속기하는 일부 외국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6·25 동란을 몸소 경험한 우리 국민들은 우리의 비극적인 과거를 모르고 있는 외국인들과는 전혀 그 견해를 달리한다.
북괴가 지금 제아무리 평화선전을 일삼고 있다고 해도 아무런 진실성이 없는 거짓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북괴의 위장 평화공세에 추호도 현혹되어서는 안될 것이며, 북괴가 거짓 평화선전을 하면 할수록 우리들은 평화통일을 위한 진실한 노력을 더욱 힘차게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들이 북괴의 거짓 평화선전에 현혹되어 내부적인 혼란을 야기한다면 우리의 국력은 그만큼 소모, 약화되는 것이며 북괴가 노리는 함정에 스스로 빠져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시급하게 형식보다는 내실을 택하며, 비난보다는 긍정을 앞세우며, 파쟁보다는 단결을 존중할 줄 아는 사회기풍을 진작해야하겠다.
그리고 우리는 북괴의 인민해방전술이라는 위협 하에서도 우리의 민주체제를 계속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우리의 취약점이 과연 무엇인지를 냉엄하게 가려내어 이에 대한 과감한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국력을 더욱 강화하는데 운신의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하겠다.
나는 남부여대하고 피난길에 나서야만했던 22년 전 오늘의 그 쓰라린 경험을 되새기면서 평화통일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의 길임을 다시 한번 국내외에 명백히 밝혀두고자 한다.
그리고 나와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한반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무력과 폭력을 결코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거듭 천명하는 바이다.
만일 북괴가 우리의 이와 같은 진지한 평화의지를 잘못 받아들여 또다시 무모한 무력 도발을 가해온다면 그들은 일격에 분쇄 당하고야 말 것이며 민족사를 또 다시 침략의 손으로 얼룩지게 하는 죄과를 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북괴에 대하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무력과 폭력을 영원히 행사하지 않겠다는 명시적이고도 진지한 태도를 하루속히 표시할 것을 다시금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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