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 일반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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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내금강의 전경을 그린 ‘금강내산전도(金剛內山全圖)’. 삼림이 울창한 부분은 어두운 녹색으로, 화강암 봉우리는 힘차게 그은 먹선으로 표현했다. 비단에 엷은 색. 33x54.3㎝.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8년 전 독일에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이 일반에 공개된다. 조선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謙齋) 정선(1676~1759)의 작품 21점이 담겨 있는 이 화첩은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80여 년간 소장하고 있다가 2005년 경북 왜관수도원에 영구 대여 형식으로 반환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안휘준)은 26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 ‘왕실의 회화실’에서 화첩 실물을 공개하는 ‘고국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 전시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화첩의 형태와 모양을 최대한 재현한 영인복제본, 화첩의 환수과정 및 학술적 의의를 밝히는 『왜관수도원으로 돌아온 겸재정선화첩』도 출간됐다.

 ‘겸재정선화첩’은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총아파스(대원장)가 1925년 한국 방문 중 수집해 독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1975년 독일에서 유학 중이던 유준영 전 이화여대 교수가 처음으로 화첩을 발견하고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국내에 존재가 알려지게 됐다.

 이후 왜관수도원 선지훈 신부의 노력으로 2005년 10월 22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이 왜관수도원에 영구 대여의 형식으로 반환했다. 반환 사실은 이듬해 본지 보도(2006년 11월 22일자 1, 5면)로 알려졌다. 현재 화첩은 국립중앙박물관이 기탁·보관 중이다.

 ‘겸재정선화첩’은 정선이 비단에 그린 21점의 그림으로 구성됐다. 진경산수화·고사인물화·산수인물화 등이 함께 담겨 있어 정선의 다채로운 예술세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유물이다. 21점 중 금강산의 전체 경관을 담은 ‘금강내산전도’와 내금강의 명소를 그린 ‘만폭동도’, 외금강의 명소인 ‘구룡폭도’ 등 금강산 그림 3폭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6일부터 매주 화요일 화첩 그림을 한 면씩 교체하며 전시한다. 영인본 그림 21점을 옆 쪽에 펼쳐 작품 전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무료. 02-3701-7500.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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