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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의 장애물「저속차량」|늘어나는 사고 그 요인을 분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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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 들어 경부·경인·호남·영동 둥 4개 고속도로(전장 655·9㎞)에서 발생한 각종 교통사고가 지난 4월말로 2백87건을 돌파했다. 사고의 대형화, 높은 사망률로 특징지을 수 있는 고속도로상의 교통사고는 관광「시즌」등에 따른 교통량증가와 함께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치안 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까지 발생한 올해 고속도로 사고는 2백87건으로 26명이 죽고 2백97명이 부상했다. 또 71년에는 모두 9백54건이 발생, 70년보다 34%가 증가했고, 인명피해도 1천3백93명(사망 1백17명·부상 1천2백76명)으로 70년도의 9백62명(사망 1백2명·부상 8백60명)보다 48%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같은 고속도로 사고의 증가추세는 일반도로의 교통사고 증가율 26·3%에 비해 8%가 높은 것이다.
치안 국은 지금까지 전체 사고의 2%를 차지하던 고속도로 사고가 계속 이런 상태로 늘어간다면 금년 말엔 5% 수준에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치안 국이 분석한 사고요인은 ▲도로의 기하구조상의 문제 ▲통행차량 등 규제상의 문제 ▲고속도로 순찰대의 관리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지적됐다.
특히 사고요인으로 가장 문제되고 있는 것은 현행 혼합교통체제다.
마력의 차이가 심한 여러 차종들이 섞여 제멋대로 운행하고 있어 추월가속 때 늘 위험성이 뒤따르고 있다.
따라서 2윤 차·용달용 3윤 차, 또는 낡고 저 속력의 차량에 대한 고속도로 운행상의 특별한 규제가 없는 한 계속되는 교통량증가와 함께 사고발생의 증가추세는 면치 못할 것이다.
경인고속도로의 경우, 각종 차량의 혼합통과로 추월선과 중앙선의 구별이 없어지는 현상이며 고속차량의 추월운행이 어려운 실정이다.
치안 국은 이런 경향에 대비, 특히 사고위험이 많은 경사 60도 이상의 고갯길에는 고속차량 외의 완 속 차량 용 등반차선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 현재의 우리 나라 고속도로가 지닌 도로구조상의 사고요인도 무시할 수가 없다.
경부·호남 둥 4개 고속도로는 우리 나라 특유의 산악형을 많이 이용한 선형도로이기 때문에 종단곡선과 평면곡선이 급경사로 마주치는 지점이 많아 이의 대비책이 아쉬운 실정이다. 즉 고갯길을 오른 차량이 바로 내리막으로 접어드는 지점에서의 시야장애로 생기는 사고와 급「커브」지점의 회전반경이 넉넉지 못한데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경부고속도로는 설계속도 1백20㎞를 기준 삼을 때 회전곡선은 반경 3백50m∼4백m의 충분한 거리를 유지해야 되는데도 최단1백50m의「커브」지점도 있어 추행속도를 80㎞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답사한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따라서 도로가 완성된 후 이런 결점의 보완은 도로부대시설의 강화로 최대한 사고를 막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 경부고속도로에서 안개 때문에 발생한 16중 층돌사고도 대부분의 사고차량들이 중앙분리대를 뛰어넘었는데, 그 경우 지상15㎝의 높이에서부터 폭 75m까지의「가드·레일」만 있었더라도 최소한의 피해로 막을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달리던 차량의 고장 시 수리 등을 할 수 있는 노 견이 최장 150㎝에 불과하여 폭 2m차량이 고장나는 경우에는 주행차선을 침범하게 되고 특히 야간주행 시 마주 오는 차량의「헤드라이트」로 시야가 가려 고장 차에 따른 연쇄충돌사고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 평면곡선과 종단곡선이 마주치는 장소의 야간사고에 대비, 현재 10m∼15m거리로 설치된 유도반사경도 5m거리로 촘촘히 설치해야 제구실을 할 수 있는 점 둥 교통경찰로서는 도로구조상의 허점을 보완하는 길을 각종 교통표지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고속도로 순찰대의 사고방지를 위한 순찰활동도 고속도로사고 발생증감에 큰 영향을 주고있다.
우리 나라의 경우「레이카」1대 둥 34대의 차량으로 전직원이 쉴새없이 근무하면 차량 1대에 20㎞를「커버」할 수 있으나 실제 격일교대근무를 하는 경우엔 40㎞를 맡아야 하는 등 격무에 시달려 순찰활동의 실효를 거둘 수가 없는 실정이다.
치안 국은 이러한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천안 이북은「헬리콥터」, 이남은 경비행기를 이용한 지공합동단속방법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이 분석한 고속도로상의 교통사고원인은 그밖에 운전자의 과실, 차량정비불량 등에서 빚어지는 것도 적지 않다.
지난해 발생한 9백54건 중 2백6건이 운전자의 과로에서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타이어」펑크 91건, 과속 61건, 안전거리 미 확보 38건 등이다.
가장 심한 운전자 과로는 2시간 이상의 연속운전, 단조로운 운행들에서 빚어지고 있어 경찰은 30분마다 쉴 수 있는 간이식당·휴게실 증설과 최대시속을 80㎞로 제한해 줄 것 등을 관계당국에 건의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시속 1백㎞로 달리는 고속도로에서의「타이어」펑크도 잦은 사고원인으로 꼽고있다.
열을 받아 팽창한「튜브」에 흠이 있거나 낡은 것은 여지없이 펑크가 생기는 것으로 판단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아래 고속도로상의 교통사고피해를 최대한 막는 길은 운전자들이 각종 안전수칙을 잘 지킴으로써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안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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