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평화시대의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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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영·불·소 4대국 「베를린」협정이 3일 서「베를린」에서 4대국 외상에 의해 CLH종적으로 서명되었다. 이와 동시에 「본」에서는 서독-소련 및 서독-파란의 두 개 불가침조약 비준서가 교환되었다.
4대국 「베를린」협정의 성립이며, 서독-소련 및 서독-파란의 불가침조약 비준 등은 분명히 「유럽」에 있어서의 동서냉전에 종지부가 찍히고 새 시대가 개막했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우리는 「유럽」에서의 이러한 평화성숙을 환영하는 동시에 「아시아」의 평화 미숙을 한탄한다.
4대국 「베를린」협정은 「베를린」을 둘러싼 현상을 동·서 쌍방이 인정함으로써 이 지역에서의 무력대결의 위험성을 제거한 것이다. 이 협정은 서독과 서「베를린」간의 육로·수로 등 각종 교통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이 협정의 산물이라고 할 양독 통행세 부합 의서와 아울러 동·서독간의 자유왕래를 보장해줄 것이다. 「베를린」협정은 서「베를린」이 서독의 일부가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서독은 외교상 서「베를린」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동·서간의 논쟁을 정치적으로 타결 지었다.
48년 「스탈린」시대의 소련이 「베를린」봉쇄를 실시한 이래, 「베를린」문제는 동·서 냉전의 초점적 지위를 차지해 왔던 것인데, 지난 10년을 두고 형성된 미·소 공존의 심화와 동·서구간 화해기운의 성숙은 급기야「베를린」문제를 현상 동결 선에서 해결 짓게 한 것이다.
4대국 「베를린」협정이 서명되던 날, 「본」에서는 서독-소련 및 서독-파란간 두 개 불가침조약의 비준서가 교환되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서독-소련의 불가침조약은 공산권의 대종주국인 소련과 서구방위의 전위 역을 담당하는 서독이 무력대결을 피하기로 약속함과 동시에 서독이 「유럽」의 현 국경선을 인정함으로써 동독의 국가적 지위를 사실상 인정해준 조약이다.
그리고 서독-파란 불가침조약은 서독이 「오데르-나이세」선 이동의 구독일 영토를 포기하고 「오데르-나이세」선 이서의 파란 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두 나라가 불가침을 약속한 조약이다. 이 두 개 불가침조약은 2차 대전의 결과로써 조성된 현「유럽」의 국경선을 현상 동결하는 기초 위에서 서독이 소련 및 파란과 무력대결을 회피키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동·서구간의 긴장을 풀고 평화공존을 촉구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이루어 놓은 것이다.
4대국 「베를린」협정은 이러한 긴장완화 및 평화공존 성숙을 배경으로 해서 맺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4대국 「베를린」협정의 체결은 「유럽」의 평화를 더 한층 성숙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5월 하순, 미·소의 「모스크바」정상회담이 미·소간의 적극적인 평화공존을 다짐한 사실을 비롯하여 「베를린」협정의 성립, 그리고 두 개 불가침조약의 비준서 교환 등은 적어도 「유럽」에 관한 한 전쟁의 불안과 공포가 이제 거의 완전히 사라졌음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소를 비롯, 「유럽」의 강대국들이 전쟁을 회피하고 평화를 구현키 위해 홀 내 깊은 노력을 착실히 누적시켜온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식과 선의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아시아」에 있어서는 미·소가 적극적인 평화공존을 다짐하고, 또 미·중공이 서로 국교정상화 및 평화공존을 지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안정과 안전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이는 미·소간의 평화공존과 미·중공간의 평화공존이 서로 배척하는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두 개 평화공존이 적절 균형의 관계를 이룩하면서 조화 있게 양립하는 것이야말로 「아시아」를 전쟁의 공포에서 해방시켜주는 대전제를 이룰 것이다. 우리는 「유럽」의 평화성숙에 대해 큰 축복을 보내면서 미·소·중공 등 3대 핵 국이 「아시아」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서도 똑같은 협조를 다할 수 있는 시기가 하루 빨리 도래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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