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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원자재 이어 세계 식자재 싹쓸이 미국산 갈비 값 1년 새 44%나 껑충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국내 유명 피자업체인 A사는 인기 제품인 새우피자(쉬림프 피자)를 내년도 판매 품목에서 빼느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주재료로 쓰이는 새우의 품귀 현상으로 물량을 제때 확보할 수 없어서다. 세계 최대 새우 수출국인 태국에서는 올 들어 중국인들이 출하되는 새우를 대거 매집하고 있다. A사는 일단 내년 3~4월까지 쓸 분량만 간신히 확보해 둔 상황이다. 그나마도 지난해보다 30%가량 납품 가격이 올랐다. 이 회사 관계자는 “어렵게 공급량을 구하긴 했지만 내년 이후 어떻게 조달할지가 문제”라며 “중국 쪽에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을 싹쓸이해 가는 바람에 식자재 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 세계 식자재 시장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전에는 소비하지 않던 고급 식자재까지 무섭게 사들이기 시작해서다. ‘세계의 공장’으로 경제력을 키워온 중국이 이제는 ‘세계의 소비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그 여파가 전 세계에 미치는 모양새다. 한국의 식탁 물가도 들썩거린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내년부터 국내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련 업계는 분석한다.

롯데마트에서 팔리는 미국산 갈비(100g)의 가격은 3300원(22일 현재). 지난해 이맘때(2300원)보다 43.5%나 올랐다. 지난해 100g당 1850원에 팔렸던 호주산 찜갈비도 2200원(18.9% 인상)이다. 수입 과일류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 한영애(38)씨는 “바나나는 상대적으로 값싼 과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법 값이 올라 마음껏 사기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 바나나 값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47.9%나 올랐다. 간식용으로 즐겨 먹는 견과류 역시 그렇다.

‘소비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의 가격 영향력은 나비효과를 낳고 있다. 미 농무부(USDA)가 20일 발표한 주요 식품군별 가격지수 조사에서는 쇠고기 가격지수(송아지 고기 포함)가 269.2로 돼지고기(215.4)와 육류 전체(237.9)를 한참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지영 롯데마트 축산MD(상품기획자)는 “최근 중국이 호주산 수입량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그 영향이 대중 수출을 하지 않는 미국산 쇠고기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1자녀 산아제한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뒤엔 낙농국인 뉴질랜드 달러의 통화가치가 올랐을 정도다. 중국 내 유제품 수입이 늘어날 경우 뉴질랜드의 수출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글로벌 경기침체도 중국이란 가격변수를 꺾지 못한다. 최근 국제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생선 가격 지수는 168로 전년 동기보다 15%쯤 올랐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FAO는 “주요 수산물 소비시장인 유럽·미국의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아시아시장에서 참치·연어·굴 등 어패류의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중국인들의 식습관이 서구화하면서 전 세계의 곡물과 가축사료 값이 폭등한 데 이어 1300억 달러(약 147조원) 규모의 수산물 시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참치 같은 고급 어종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각국 업체들의 중국 내수 시장 공략도 치열하다. 우유 생산 거점을 중국에다 직접 세우는 해외 기업도 나타났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은 최근 중국 기업인 딩후이투자(鼎暉投資·CDH)와 손잡고 중국 현지에 목장 두 곳을 세우기로 했다. 투자액은 1억4000만 달러(약 1480억원). 두 목장에선 각각 1만 마리의 젖소를 키울 계획이다. 불량 유제품에 떨고 있는 중국의 신세대 부모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이다. 염민선 대한상공회의소 선임연구원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이 원자재에 이어 식자재까지 빨아들이고 있다”며 “중국의 내수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도 이를 기회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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