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반발 배경] "외부 권력 실세 人事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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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강금실 법무장관의 인사안에 반발하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그동안 검찰 조직을 못 마땅하게 여겨온 비선(秘線)라인이 관여했다는 의심 때문이다.

상당수 검찰 간부들은 7일 "인사 전면에 선 사람이 康장관일 뿐, 이번 인사에 새 정부의 실세로 등장한 청와대.국회.시민단체 사람들이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사가 능력이나 업적보다 몇몇 외부 사람의 입맛대로 요리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검찰 내부에선 이번 인사안 작성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비선라인으로 청와대 모 수석과 지난달 새 정부 인선 과정에서 법무장관 물망에 올랐던 J의원.C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康장관이 매일 퇴근할 때 검사 50여명의 인사 카드를 갖고 모처로 이동했다""최근 사시 21~22회 검사들에게 증명사진 열장씩 제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등의 그럴 듯한 얘기까지 나도는 판이다.

둘째, 인사의 절차.관행이 무시됐다는 불만이다. 지금까지의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는 법무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해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康장관 측이 독자적인 인사안을 김각영 검찰총장에게 통보했다. 인사를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 인사들도 배제시켰다.

이와 관련, 서울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점령군에 함락당했다"는 거친 표현까지 썼다.

셋째, 승진.발탁의 기준이 모호했다는 것이다. 고검장 승진 대상자로 지목된 검사장 네명의 발탁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근거를 대지 않았다는 반발이다.

"뚜렷한 기준 없이 승진과 탈락 대상자를 정할 경우 검사들이 인사권자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법무부의 한 검사는 "단순한 세대교체 수준의 서열파괴는 검찰 개혁의 화두인 정치적 독립으로 결코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 이유는 사시 13회 5명을 전원 퇴진시키고 사시 14~16회 고검장 승진 탈락자들에게 사퇴 여부를 묻기로 한 부분이다.

"평생 검사를 보장한다고 하면서 진퇴를 묻는 것은 옷을 벗으라고 떠미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현실적 해석이다.

결국 검찰들은 네 가지 이유를 들어 이번 인사안이 검찰 개혁의 화두인 정치적 독립성 확보에 역행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康장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인사가 '검찰의 정권 예속화'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반발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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