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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각영총장 진퇴양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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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각영 검찰총장이 다시 진퇴 기로에 섰다.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임기 보장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그였다.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임기를 보장받는가 싶었지만 이번에는 법무부의 인사 방침에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면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청와대도 저항하는 검사들에 대해 강경 대응할 방침을 밝혀 金총장은 중간에 낀 상태다.

서울지검의 일부 검사는 7일 "강금실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검찰이 개혁 대상 1호가 됐는데도 金총장이 자신의 임기 보장에만 급급하다 보니 검찰을 위해 꼭 필요한 얘기조차 안했다. 전적으로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급 간부도 "파격 인사안이 나왔을 때 총장이 바로 사표를 던지면서 막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대검 일각에선 "金총장이 康장관과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제대로 못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명예롭게 퇴진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金총장 측은 자신이 물러나는 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金총장은 이날 오전 법무부에서 康장관을 만나고 온 뒤 일부 참모와 자신의 거취 문제를 상의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金총장이 물러나면 청와대의 입에 맞는 사람이 새 총장이 될 텐데, 이것은 바로 검찰을 흔드는 세력이 가장 원하는 상황"이라며 "金총장은 이로 인해 검찰 조직이 더 흔들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金총장이 물러나고 사시 15~17기에서 후임 총장이 나오면 인사 파동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서열 파괴를 통한 쇄신 인사를 추진하고 있는 청와대와 康장관, 검찰 조직의 안정을 주장하는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 金총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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