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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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잔느」는 어느 선량한 남작 부부의 외동딸. 낭만적인 꿈에 부풀어 있는 청순한 처녀이다.
어느 날 신부의 소개로 「줄리엥」이란 젊은 시골 신사가 찾아온다. 「잔느」는 어느덧 이 사나이에게 마음이 쏠린다. 그러나 「줄리엥」은 「잔느」네 집 돈이 탐이 나서 그녀와 결혼하려 하면서도, 첫날부터 식모 「로자리」를 꾄다. 「줄리엥」은 돈과 정욕 밖에 모르는 남자였다.
그런지도 모르고 「잔느」는 그와 결혼한다. 당연히 그의 「잔느」에의 관심은 신혼여행과 함께 끝난다.
이 무렵에 「로자리」가 애를 낳는다.
그제야 모든 걸 알아차린 「잔느」는 「로자리」를 내보낸다. 다음 해에 그녀도 「폴」을 낳는다.
「폴」이 15세 때 속 썩여오던 남편도 죽는다. 「잔느」의 마음은 더욱 「폴」에게만 쏠린다.
그러나 어른이 된 「폴」은 말썽만 저지른다. 아들의 뒤치다꺼리로 「잔느」는 재산을 차례로 팔아치운다.
「폴」에 대한 사랑, 아들을 앗아간 정부에 대한 질투로 그녀는 아들을 찾아 헤매지만 허탕치고 만다. 어느 날 아들에게서 편지 한장이 날아들어 온다. 아내가 딸을 낳고 산고로 죽어가고 있는데 치료비도 없다는 것이었다.
「잔느」의 딱한 처지를 알고 달려온 「로자리」가 「파리」에 가서 어린애를 데리고 왔다. 여자는 죽고 「폴」도 내일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손녀를 무릎에 앉히고 마차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늙은 「잔느」의 몸에는 그 작은 생명의 뜨거운 체온이 스며든다.
그녀는 갑자기 무한한 감동에 사로잡혀서 그 어린 얼굴에 끝없이 자기 얼굴을 비벼대는 것이다. 때마침 제비가 늦봄의 푸른 풍경을 가로 질러갔다.
「로자리」가 「잔느」에게 말한다.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가 봐요.』
그러나 「잔느」를 그 오랜 불행과 비참으로부터 건져 놓은 것은 인생에 대한 이런 체관은 아니었다. 아들에게 다 쏟지 못한 자기의 사랑, 아들로부터 전혀 보상받지 못한 사랑을 다시 손녀에게 쏟을 수 있게 됐다는 기쁨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모파상」의 장편 소설 (여자의 일생)의 줄거리다. 이 작품이 나오기는1883년. 이 무렵의 「프랑스」에는 「잔느」와 같은 여인상이 있을 수 있었다고만 볼 것이 아니다.
어느 때에나, 어느 나라에서나 어머니의 본능과 애정은 이처럼 가이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8일은 어머니의 날. 사람들은 흰색이 아니면 붉은 색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다. 그러나 굳이 그런걸 바라지 않는게 어머니의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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