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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도발 3년 … 당시 왜 북한 방사포 진지 응징 못했나

중앙일보

입력

‘연평도 도발 3주기(23일)’를 앞두고 당시 북한의 포격에 전사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묘소가 있는 대전현충원에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이들 묘소 옆에 두 전사자의 대형 사진이 걸린 ‘추모의 언덕’이 만들어졌다. 이날 오후 군 장병들이 묘소 앞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년 전인 2010년에 일어났던 북한의 연평도 공격 당시 우리 군이 북한군의 도발 원점 타격에 실패한 원인은 K-9 자주포를 발사할 때 고도차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20일 “북한의 1차 공격 때는 대포병 탐지레이더(AN/TPQ-37)가 작동하지 않아 원점을 찾지 못해 사전에 입력해 놓은 좌표인 무도에 응사해 북한군 10명이 사망했다”며 “하지만 2차 도발 때는 레이더로 도발 원점인 개머리진지를 확인했지만 포탄이 진지 후방 90~100m 지점인 논바닥에 떨어져 적군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북한 방사포는 해발 10m 높이에서 사격을 했지만 우리는 이를 해발 100m로 계산해 사격했기 때문에 그만큼 더 날아가 뒤쪽에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를 칠 때 평지인 줄 알고 휘둘렀지만 실제는 내리막이어서 더 멀리 날아간 것과 같은 원리라는 얘기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당시 육군에서 파견돼 대포병 탐지 레이더를 관리하던 장병들이 교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도 보정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발 지점을 파악한 후 쏜 포탄은 북한군에 피해를 주지 못한 반면 도발 지점을 알지 못하고 쏜 포탄은 오히려 인명피해를 주게 된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무도에 포탄이 떨어지자 북한군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고, 정보 당국은 이 과정에서 “저 ○○들 왜 ○○이야”라는 다급한 북한 병사들의 대화 내용을 감청을 통해 확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병대의 K-9 응사로 북한군은 모두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도발 원점 타격에는 실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 군의 대응체계와 사격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었다.

미국 전략정보기관인 스트랫포가 ‘디지털글로브’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북한 개머리 지역의 2010년 11월 위성사진. 한국군 K-9 자주포의 포탄 14발(화살표)이 포대 뒤 쪽 논밭에 떨어진 흔적이 보인다. [중앙포토]

 군은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AN/TPQ 레이더를 비롯해 원점 발견 시 고도차 계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매뉴얼을 바꿨다고 한다. 또 북한이 도발할 경우 도발원점은 물론이고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군단급)까지 응징키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북한이 서북도서 일대에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2011년 서북도서방어사령부를 창설했다. 해병대 병력도 2000여 명 늘리고 정찰 및 감시 능력을 대폭 증강했다. 군은 대포병 탐지 레이더 아서와 음향탐지장비, 이동형 해상감시 레이더 등을 실전에 배치한 데 이어 24시간 공중에 떠 있으면서 수십㎞ 떨어진 곳을 감시할 수 있는 전술비행선을 백령도에 배치하기 위해 성능 검사를 진행 중이다. 미군은 괌과 오키나와에 배치한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지상군 정밀 감시 정찰기인 조인스스타스를 수시로 이곳으로 보내 북한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

 북한 공기부양정의 기습 침투에 대비해 코브라 공격헬기를 백령도에 배치한 데 이어 사거리 53㎞의 K-9 자주포도 증강했다. 올해엔 해안포 킬러로 불리는 스파이크 유도 미사일을 들여와 공격 능력을 배가했다.

 북한 역시 김정은 국방위 1위원장이 무도와 장제도 등 최전방 섬 진지를 수시로 찾아 전력 증강을 지시하는 등 이 지역에서 남북 간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백령도에서 10여㎞ 떨어진 고암포에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을 완료해 언제라도 실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채비를 갖췄다. 또 14개 서북도서 섬방어대의 포 진지 천장을 강화 콘크리트로 덮는 유개화 작업을 진행했고, 신형 122㎜ 방사포도 배치하며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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