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에 밀리는 백제고분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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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건설부 및 서울시가 시공하는 한강변 고속도로공사가 급진전됨에 따라 초기 백제의 유명한 고분군 지대가 송두리째 「불도저」에 밀려 인멸되고 있다.
서울 근교 성동구 천호동에서 송파에 이르는 구릉들은 지난 3월부터 사방으로 마구 파헤쳐 흙을 퍼 내가고 있는데 이는 잠실대교와 강변로의 매립토로 쓰이고 있으며 따라서 이 일대가 연내로 평지 정리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 구릉지대는 백제가 한남에 수도를 정하고 있을 당시의 유일한 유적지이며 풍납리토성(사적11호)과 더불어 1천 5백 년 이전의 백제초기 고분이 밀집돼 학계가 극히 주목돼 봉토로서 확인된 것만도 50기에 달하고 있다.
70년에 흑도가 발견돼 학계를 놀라게 한 가락동 고분도 그 일부이다.
그러나 이들 고분은 봉토의 흔적이 얼른 알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토광 내지 적석 양식의 고분이라서 「불도저」로 파 버릴 경우 유적의 유무조차 알아채지 못하게 마련이다.
건설부에 따르면 천호동∼송파 간도로의 서쪽강변구릉은 일체 정지대상에 들어가 있다.
방이동 김인섭 노인은 이곳 비 몰골 언덕이 모두 예부터 공동묘지였다고 말함으로써 옛 주요 유적지임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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