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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회상 화법」…그 시말|농담이다 관측 기구다…여적을 모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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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의원의 임기를 현행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헌의 필요성을 암시한 길전식 공화당 사무총장의 「장흥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당사자인 길 총장은 개헌 발성이 기사화 되자 『지나간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고, 백남억 당의장도 『개헌을 검토 한일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런데도 평소 신중하고 과묵한 길 총장이 단순한 농담이나 회고담으로 그런 말을 하겠느냐 해서 관측 기구가 아니냐고 추측을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더욱이 공화당의 일부의 이중에는 임기 연장을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 회상 화법에다 다소 애매한 대목도 많고 그가 한말을 당사자가 바로 취소하긴 했어도 문제가 개헌인 만큼 당 간부들에겐 민감한 연쇄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더러는 혼선을 자아내기도 하고 우리도 내용을 알아봐야겠다고 나서는 당 소속 의원도 있었다.
길 총장의 장흥발언은 지구당 개편 대회를 치르기 위해 귀향 중이던 길 총장이 16일 저녁7시 그의 시골집에서 기자 15명과 약25분 동안 환담하던 중에 나왔다.
새마을 시찰에서 막 돌아온 길 총장은 농구화와 「잠바」차림으로 봄꽃이 활짝 핀 앞들에서 자유스런 분위기 속에 처음에는 새마을 운동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임기 문제」를 꺼낸 것이다. 이날 길 총장과 기자들 간에 주고받은 얘기는-.
▲문=관내 새마을 사업은 잘 돼 갑니까?
▲답=그동안 6개면 1백10개 마을을 돌아보며 농협 저금 통장을 하나씩 주고 왔지요. 그런데 새마을 사업은 외형적 성과보다 농민들의 잠자는 정신 자세를 일깨워 준데 그 뜻이 있다고 생각해요.
▲문=이번 지구당 개편 대회는 어떻게 치르게 되는지요?
▲답=대회를 간소히 하라는 총재의 지시가 있기 전에 이미 1백여 명에게 초청장을 냈고 지난번 귀향 보고를 못해 시국 강연을 겸한 대회가 돼 버려 좀 던 간소하게 됐어요. 중앙당에서 갖고 온 새마을 사업에 관한 「필름」 등 세 편의 영화도 상영할 예정이고
▲문=선거법 개정안은 어떻게 됩니까?
▲답=선거법 개정에 앞서 할게 있어요. 내 생각으로는 선거법 개정보다 국회의원의 임기 문제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나도 세 번 선거를 치러 봤는데 물가가 오른 탓도 있겠지만 63년대보다 67년 때 비용이 두 배 정도 더 들었고 67년 때보다 지난 71년 선거 때 두 배 더 돈이 든 것 같습니다. 또 선거를 2년 앞두고는 선거를 의식하여 일을 제대로 못하는 폐단이 있어요. 69년 3선 개헌을 논의하던 영빈관 의원총회에서도 의원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당시 정세 하에서 이 문제까지 곁들이기가 어려워 추진하지 못한 일이 있어요. 의원 임기를 6년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요.
▲문=의원 임기를 6년으로 해야 한다면 대통령 임기도 거기에 맞게 6년으로 해야 할 것 아닙니까?
▲답=…(이 질문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문=임기 문제는 헌법사항이므로 그러자면 개헌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요즘은 새마을 운동에 총력을 쏟을 때여서 「타이밍」이 아니잖아요.
▲문=임기 6년 연장 문제를 회의에서 거론한 적이 있습니까?
▲답=없습니다. 그렇다면 최종 단계가 되게요. 아무튼 돈 안 드는 선거가 문제고 선거법 개정도 그런 각도에서 검토되고 있어요.
이런 얘기 끝에 길 총장은 화제를 다시 새마을로 옮겼다가 『여러분 지금 이야기한 것은 모두 농담입니다. 내일 아침 9시에 만나 다시 이야기합시다』라고 말했다.
임기에 관한 길 총장 발언이 그날 밤 서울에서 전파에 실려 물의를 일으키자 박진환 총장 보좌역은 17일 상오 9시 서울과의 장거리 전화로 임시 대변인 김영도 사무차장(신동식 대변인은 그때 귀향 중)에게 『농담으로 말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 전화를 했다. 길 총장도 같은 시간에 현지에서 다시 기자들을 불러 『임기 얘기는 회고담조로 말한 것이고 앞으로 추진하겠다는 「애드벌룬」으로 띄운 것도 아닌데 기사화한 것은 장식에 어긋난 일』이라고 화를 내며 해명했다.
한편 상오 10시쯤 중앙당 중앙 당사에 나온 백남억 당의장은 언짢은 표정으로 『3년 전 개헌 때 대통령과 의원 임기를 5년, 6년, 7년으로 늘리는 얘기가 나왔다가 취소된 점에 비추어 하나의 사적 희망으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나 당으로서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공식으로 부인했다.
이날 상오 당사에는 김용태 당무 위원, 이병상 정책 연구 실장, 김유탁 사무차장 등이 발설의 진의를 알아보느라 부산했으며 하오에는 구태회 정책위 의장, 이병희 무임소 장관, 김진만 재경위원장이 백 당의장과 만났다.
길 총장은 정오에 개편대회가 열리는 도중 김현옥 내무장관으로부터 새마을 운동 발언에 관한 문의 전화를 받았으며 하오에는 백 당의장과 이병희 장관과 각각 통화했는데 이 장관은 길 총장을 급히 구경하도록 권했다.
길 총장은 이틀 더 머무르며 2개 면의 새마을을 돌아볼 예정도 취소하고 하오 7시 항공편으로 서둘러 귀경했는데 공항에 나온 김유탁 사무차장을 자기 차에 태워 서울의 공기를 물어 봤다.
당사에 잠시 들렸다가 평창동 백 당의장 집으로 향한 그는 이날 밤 장원에서 벡 당의장, 구 정책위의장, 김 재정위원장과 힘께 늦게까지 무언가 사후 책을 협의했다고.
18일 낮 백 당의장, 구 정책위의장, 길 총장 세 사람이 동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백 당의장에게 『앞으로 절대로 개헌이 없다는 말을 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백 당의장은 『잘못하면 말꼬리를 잡히므로 말 않겠다』고 얼버무렸고 옆에 있던 길 총장은 『세상일에 「절대로」란 말을 어떻게 쉽게 할 수 있느냐』고 대답을 가로막기도 했다. 길 총장은 20일 청와대서 열리는 정부·여당 연석 회의에 참석하면서 좀 일찍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만나 장흥발언에 대한 해명을 했고 이것으로 장흥발언의 파문은 일단 마무리가 된 셈이지만…. <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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