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불황|병원 늘고 환자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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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년 하반기 이후 서울 시내에만 3개 종합병원이 신설됐으며 이밖에 서울대학교 부속병원 등 일부 종합병원에서는 병원 증축을 서두르고 있는데 비해 환자 수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종합병원들이 대부분 심한 운영 난에 빠져 있다. 작년 9월 이후 현재까지 서울에서는 경희의료원·한강성심병원·백병원 등 3개 종합병원이 신설됐는데 이들 3개 병원이 보유한 환자 「베드」수는 7백 개로서 서울 시내 30여 종합병원이 현재 보유하는 총「베드」(6천여개)의 10%가 넘는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학대 부속병원이 74년 말 완공목표로 1천55「베드」분을 증설 중이며 우상병원 (1백30「베드」·72년 말) 우석 병원도 시설을 확장중이고 한양대학교는 이미 부속병원을 완공, 현재 의료진 확보 등 개업을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처럼 병원시설이 격증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종합병원의 환자 수는 예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현재 서울시내 종합병원의 입원 환자수로 본 가동률은 한국병원 40%, 을지병원 45%, 경찰병원 50%, 성가병원·시립중부병원 60%, 우석 병원·철도병원·성「바오로」병원 70%, 국립의료원·고려병원·「세브란스」병원· 제일병원·성모병원 80% 등으로 거의가 80%이하인데 대부분의 병원이 작년보다 10∼20% 정도 환자가 줄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환자가 줄어든 것은 시중의 불경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는데 일부 학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각박해지면 사람은 긴장하게 되고 따라서 병에 걸리는 율이 낮아지게 된다고 병원 불황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환자수의 격감으로 대부분의 종합병원이 적자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 유치를 위해 진료수가를「덤핑」하는 사태까지 발생, 의사회에서까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병원 불황은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일반 개인 병원에도 파급, 지난 한해 동안 서울 시내 개인병원 2천1백33개소 가운데 1할 가까운 2백 개 병원이 폐업했는데 이는 예년의 폐업율 보다 20% 정도가 높은 숫자다.
종합병원의 계속적인 신·증축은 또한「치프·닥터」(과 주임 급 의사)의 부족이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임상경험이 풍부한「치프·닥터」부족으로 새로이 출발한 종합병원은 의료진 확보에 심한 곤란을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최근에 개원한 백병원은「어텐딩·시스팀」까지 채택하고 있다.
▲한낙부씨(대한의사협회회장)의 말=일반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웬만한 병 가지고는 병원에 오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병원의 수진 율이 대폭 떨어지고 있다. 병원의 대형화로 인한 「베드」수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서고 있다는 점도 병원불황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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