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의 대 서방 추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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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0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사설을 통해 『미군이 꼭 철수해야만 미국과 북괴와의 관계가 트이고 대결관계가 끝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는 시사를 북괴가 표명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하고, 『그러나 북괴와의 섣부른 흥정은 매우 근시안적이며,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 편에 확고히 서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7일 「로저즈」 미 국무장관은 북괴가 대미접근을 바라는 신호를 하위급 수준에서 보내고 있으나 미국은 우방한국과 협의하기 전에는 어떠한 결정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바 있었다.
이는 최근에 북괴가 자못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대 서방 추파에 관련해서 미국신문 또는 미 행정부가 보여준 반향으로서 우리는 그것이 비록 신중론을 펴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매우 날카롭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다.
북괴의 평화공세는 전기한 대미「제스처」에 지나지 않고 대일 또는 대동남아제국, 대「유럽」등 전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되고있는 듯이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에 대해서는 한·일 조약을 폐기하면 관계를 개선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무제한적으로 무역을 증대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북괴의 평화공세에 대해 미국이나 일본이 단순한 반향에 그친다면 모르겠으나 그와는 달리 그에 영합하는 듯한 움직임이 없지 않다는데서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전기한 「로저즈」장관이나 「워싱턴·포스트」지의 논조는 그런 대로 타당하다 하더라도 그 반면 북괴여행 제한을 해제할 움직임이라든가, 또 일본이 지난 1월23일 「각서무역」에 합의한 후 대 북괴 접근을 노골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은 다같이 북괴의 평화공세에 실제로 미·일이 영합하고 있는 사례들이 아닌가 한다.
우리는 다시 한번 미·일은 물론 우리국민의 처지에서도 북괴의 평화공세가 무엇을 뜻하는 가를 크게 경계하고, 그에 현혹됨이 없기를 강력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북괴가 이른바 「자주적 평화통일」이라는 미명아래 이른바 「평화통일 8개 항목」을 제안한 것을 비롯해서 대외적으로 온갖 추파공세를 펴고 있는 것은 그 동안 보도된 대로이다.
이는 북괴집단 성립이래 북괴가 지속하고있는 전술상의 선전으로서 그 궁극적인 목적이 한국과 제 우방과의 이간분열을 획책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제 우방의 지원과 협조를 파괴 할 뿐만 아니라 그럼으로써 한국에서의 군사적 공백상태와 정치적인 고립을 가져오기 위한 술책이며, 이는 나아가 한국의 국력을 약화시켜 적화의 기회를 노려보자는 책동임에 틀림없다.
북괴는 전기한바 변화무쌍한 전술상의 책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한국의 적화혁명이라는 것을 포기한 일이 없다. 북괴는 이를 위해 『정치투쟁, 경제투쟁, 합법·비합 법·반합법·폭력·비폭력·대소규모의 온갖 투쟁』을 적극 밀고 나갈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휴전선에서의 도발행위를 비롯해서 무장간첩남파·어선납북 등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북괴의 평화공세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꿰뚫고 보아서 그에 강력히 대비할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은 한국에 미칠 그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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