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의료비 줄이고 서비스 질 향상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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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가 의료비 절감과 치료 성적 향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료비용을 줄이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2004년 도입한 ‘임상 데이터 웨어하우스(clinical data warehouse)’를 활용해 이를 실현하고 있다. 웨어하우스는 각종 임상 데이터를 빠르게 추출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도입 10년을 맞아 빅데이터 분석 도구로 진화했다. 의료기관 최초로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 일부로 도입했다. 웨어하우스는 ‘의료비 절감과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분당서울대병원은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주요 질환의 적정성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차세대 의료정보시스템을 진두지휘하는 주인공은 분당서울대병원 이철희(사진) 병원장. 이 원장을 만나 헬스케어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 사례를 들었다.

이 원장은 웨어하우스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빅데이터 분석 기법을 진료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를 헬스케어 분야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적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데이터 2차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보안 측면의 법적,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이 원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은 개원 이후 꾸준히 병원 IT에 투자해 오히려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외에서는 처음으로 미국의료정보경영시스템학회로부터 병원 정보화 최고 등급을 받았다. 올 10월에는 아·태 지역 의료 IT 연례 행사인 ‘Digital Healthcare Asia 2013’에서 세계 최고 의료정보시스템으로 선정됐다.

웨어하우스는 두 가지 분야에 집중적으로 활용된다. 우선 병원 내 전산 시스템에 저장돼 있는 가치 있는 데이터를 누구나 빠르게 추출할 수 있다. 또 환자에게 적정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기본 데이터를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300여 개 이상의 의료서비스 질 지표 ▶환자 만족도 지표 ▶환자 안전 지표를 일일 또는 주 단위로 관리한다. 이 원장은 “결국 의료비 절감 및 병원 내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를 확대하면 우리나라 전체의 의료비 절감 및 의료 서비스 질 향상으로 연결된다. 우리나라는 단일 국가보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이를 빅데이터와 결합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몇 가지 선행 과제가 있다. 이 원장은 “국가적 차원의 빅데이터 활용 산업 모델을 개발하고, 부족한 분야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외의 사례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GE의 빅데이터 솔루션인 ‘VNA(Vendor Neutral Archive)’는 임상·영상데이터의 용이한 추출과 공유가 가능하다. 스웨덴에 위치한 의료단지 VGR(Vastra Gotaland Region)은 VNA를 도입해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또한 GE의 ‘산업용 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은 의료기기·사람·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해 효율적인 관리를 돕는다. 이로써 약 150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의료정보시스템 내 데이터를 한꺼번에 분석함으로써 의료 서비스를 예방 및 예측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내외의 풍부한 사례는 오는 12월 2일 중앙일보 헬스미디어 주최, 분당서울대병원 주관으로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제1회 헬스케어 빅데이터 콘퍼런스’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2-2031-1506.

한석영 기자

◆ 빅데이터=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각종 수치 자료뿐 아니라 문자, 영상을 포함한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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