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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부코프 피아노독주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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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리·부코프」는 내한연주가 중에서는 드물게 보는 「불가리아」 출신이다. 물론 그가「파리」음악원에서 수학함으로써 「유럽」적인 세련된 체질을 갖추었고, 전통음악의 섭리를 1차는 여과시켰다고 느껴지나 「슬라브」적인 강인한 기질이 그의 연주 면에서 빚어져 독특한 연주가로서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연주가 형성과 그의 출신이 전연 무관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드뷔시」의 조곡 『피아노를 위하여』, 「쇼펭」의 『「피아노·소나타」 제3번』, 「라벨」의 『소나티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고전물을 제외한 곡목선택도 이색적이라면 이색적이지만 그보다도 과장 없는 그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내면으로부터 부각되는 강한 기백과 강렬한 음감은 그의 연주를 특이하게 성격 지어준다.
때로는 거칠다 할 이만큼 선이 굵고 「다이내믹」하지만 그것을 역시 음악적인 표현의 한도 안에서 통어하고 표정 지은 격조는 대가다운 도량을 느끼게 해 준다.
물론 그는 연대로 보아 과거의 전통적「스타일」, 이를테면 거장 적이거나 주관성이 강한 경향의 유파에 속해야겠지만 그러나 그는 자기과장이 없는 작품내용의 구현에 충실한, 말하자면 용관성이 주조를 이루고있다.
탁월한 고도의 기교구사가 자유분방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내연하는 감정을 입체감 있게 조형해 가는 그의 솜씨는 다른 연주가에서는 보기 어려운 개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큰 감동력은 적고 비교적 자연스럽고 아주 익숙한 흐름에는 때론 정감이나 낭만성이 컸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를테면 「쇼펭」의 「소나타」 제3번 같은 작품에서 내용감정의 노래가 공감해 주었으면 하는 면도 없지 않았지만 다채롭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선율미를 들려주었고 「드뷔시」의 조곡은 좀 거친 느낌을 주었지만 색채감 짙은 음감으로 처리해서 색다른 「드뷔시」의 일면을 보여주어 주목되었다.
아담하고 섬세한 기교로 「유니크」한 연주를 보여준 「라벨」의 「소나티네」도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날의 백미는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에서 이루어졌는데 변화성 있는 이 조곡의 곡상을 아주 효과 있고 설득력 있게 묘사해주어 큰 감명을 주었다. <김형주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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