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은 어디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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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이공=신상갑특파원】역사적인 미·중공정상회담 이후의 월남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닉슨」-주은래 회담 후에 발표된 공동 「코뮤니케」는 인지문제 특히 월남문제에 관해 두 나라간의 이때까지의 대립적인 태도를 공식문서로 밝혔다는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하였다. 물론 「닉슨」-주은래 비밀회담에서 월남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기로 흥정을 했는지는 현 단계에서는 전혀 알 길이 없고 공동성명에 나타난 미·중공의 공식태도만 가지고 월남전의 방향을 점쳐보기로 한다.
미국은 기본방침이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고 태도를 밝혔다. 이 구절은 「파리」평화회담을 통한 공개 및 비밀협상과 「파리」평화회담 이외의 「채늘」을 이용하는 온갖 협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파리」회담은 만3년이 지난 오늘까지 원점에서 맴돌고 있고 월남평화는 앞으로 공개협상보다는 비밀협상에 더 역점이 두어질 것 같다.
미국은 8개 항목 평화안이 월남전해결을 위한 바탕이라고 했다. 이 평화안은 공산주의자들과 기본적 합의를 보는 대로 6개월 이내에 전 미군을 빼고 미철군과 미군포로석방을 동시에 하며 협정에 서명하는 대로 인지전역의 휴전을 실시하며 합의를 본지 6개월 이내에 공산측이 참가하는 새로운 월남대통령선거를 실시하며 「티우」현 대통령은 총선 1개월 전에 사임한다고 되어있다.
8개 항목 평화안을 통한 협상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이 지역인민의 자결을 존중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전 미군을 철수한다고 「닉슨」-주 성명은 밝혔다.
따라서 공동성명에 내포된 미국의 기본입장은 북경정상회담 이전의 미국태도와 일치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8개 항목 평화안을 바탕으로 한 협상해결을 이룩하지 못하면 계속 「닉슨·독트린」에 따른 월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결의의 반영이다.
주월 미군병력은 오는 6월 말에는 3만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며 현재 일부공군력을 제외하고는 월남화 정책이 거의 끝날 단계에 있다.
이에 반해 공동성명에 명시된 중공의 기본입장은 「베트콩」의 7개 항목 평화안에 따른 종전에 있다.
71년7월3일에 발표된 「베트콩」의 7개 항목 안의 골자는 지난 71년 말까지 전 미군을 철수하면 미군포로를 전원 석방하겠으며 미국은 월남에 대한 일체의 군사원조를 영구히 중지하고 「티우」대통령을 제거, 연정을 수립하자는 것이었다.
양쪽 쟁점을 요약하면 미국은 「티우」정부가 계속 집권할 수 있도록 보장된 여건 하에서 월남화 정책을 끝내면서 지상군을 빼고 공군력과 병참지원은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중공은 「티우」를 제거한 후 공산측과의 연정을 이룩하여 궁극적으로 월남을 공산화할 수 있는 길을 트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월남을 둘러싸고 있는 여건, 소련의 현대병기 등의 대 월맹 군사원조가 중공의 대 월맹지원을 능가하고 월맹에 대한 발언권이 소련 쪽이 보다 강한 현실에서 미·중공이 소련의 협조 또는 양해 없이 월남전의 해결을 깊숙이 모색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공동성명의 문구가 그 이상의 선을 제시할 수 없은 듯 하다.
만일 중공이 월맹이 원치 않는 조건으로 월맹에 종전토록 압력을 가한다면 월맹은 현재의 태도를 변경, 친소경향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있다. 월맹의 친소화는 중공으로서도 원하는바가 아니다.
「닉슨」정부는 우려하던 구정공세가 없은 것은 월남화 정책이 잘 되어가고 있다는 증거로 보는데 서둘러 연정수립 방향으로 양보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11월 미국대통령선거 때까지 공산측의 주장에 양보하는 체 불투명한 자세를 춰했다가 선거만 넘기자는 속셈인 것도 같다.
그러나 「닉슨」의 5월 소련방문은 월남전의 좌표에 큰 변동을 초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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