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카지노는 중국 검은돈 세탁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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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마카오의 카지노가 중국 본토의 검은돈을 세탁하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고 미국 국책 기관이 밝혔다.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의 올해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2020억 달러(약 216조원)에 달하는 본토의 부정한 자금이 마카오에서 세탁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마카오를 찾는 본토인에게 회당 2만 위안(약 350만원), 연간 5만 달러(약 5300만원)의 현금 보유 한도를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거액의 판돈을 걸려는 이들은 정킷(junket)이라 불리는 도박 알선책들을 찾는다. 거물 도박꾼들은 본토의 정킷에게 돈을 맡기고 이와 연계된 마카오의 정킷에게서 돈을 찾는 방법으로 거액을 손쉽게 이동시킨다. 정킷은 개인 자산가에서부터 상장 기업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도박 빚을 받아내기 위해 중국 최대 폭력조직인 삼합회의 힘을 빌리고 있다.

 또 직불카드로 전당포에서 귀중품을 산 뒤 되팔아 현찰을 만들기도 한다. 딴 돈은 미화나 홍콩달러로 바꿔 현지 자산을 사들이거나 다른 조세 회피처로 옮긴다. 이렇게 중국 본토를 빠져나가는 돈의 대부분이 수뢰나 횡령 등으로 착복한 불법 자금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마카오대 법학과 조르즈 고디뉴 교수는 미국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정킷의 존재가 도박자의 신분과 돈의 출처를 캐낼 수 없게 만든다”며 “이런 채널로 불법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적 도박 관광지 중 고객 신원 확인 절차가 가장 허술한 곳이 마카오이고, 현지 정부가 이를 규제할 능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반(反)부패 드라이브를 걸며 지난해 말 정킷 몇 명을 체포한 정도다.

 세계 최대 도박도시인 마카오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이 도박·접객업에서 나온다. 지난 10월에만 마카오 카지노들은 365억 파타카(약 5조516억원)를 벌었다. 고객의 대부분은 본토 중국인들이다. 1999년 80만 명이었던 본토 관광객은 지난해 1700만 명으로 늘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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