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2)-바가지 요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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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1일부터 인상된 택시·버스 등의 요금은 시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말썽을 빚고 있다. 버스요금을 인상해줄 때 당국은 업자들에게 서비스의 개선을 부대조건으로 내놓았고 업자들은 이를 받아들인 결과로 요금인상이 허가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최근에 서비스가 좋아졌다는 징조는 어디에도 없다. 한 예를 들면 25원 하던 좌석버스가 30원으로 올랐지만 그 좌석버스의 중간에 서는 이른바 입석승객은 늘어나고 비비고 짓밟히는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도 좌석요금을 꼬박꼬박 내고있는데도 차장의 불친절이나 차내 청소, 장기정차, 호객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택시의 경우는 더하다. 미터기가 새 요금환산에 맞게 미처 조정되지 않아 그 사이 승객들이 알기 쉽게 환산표가 만들어졌는데도 그 환산표에 가짜가 있어 부당 요금을 받아낸 택시운전사가 많았다니 놀랍고 분통터지는 일이다. 또 제대로 조정되어 납덩어리로 봉인된 미터기도 규정보다 요금이 더 나오는 택시가 가끔 있다. 택시미터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있으면 미터기 아래 부분에 있는 주행㎞ 적산기의 회전과 요금계산이 엇갈리는 것이 보여 미터기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알수 있는데도 운전사는 미터기에 나온 요금을 가책 없이 받아내고 있다.
요금이 인상 된데다가 바가지까지 얹히게 되면 그것은 분명한 서민생활의 침해가 된다. 그런 뜻에서 6일에는 26여명의 바가지 운전사가 검거되었다는 보도이지만 이들만의 처벌로는 바가지요금이 근절되지 않을 것 같다.
언제나 요금인상 때는 부대조건이 있었지만 그 부대조건이 철저히 시행된 예가 한번도 없는 행정이었다. 부대조건이 철저하게 감독되지 않고 요금 미터기마다 3천9백원씩이나 수수료를 내고 조정하는데 있어서 정확을 기하지 못한다면 택시이용자는 부당한 손해를 보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미터기에는 3개의 납덩이로 된 봉함이 있다.
봉함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한 개의 봉함이라도 법을 지키는 공무원이 정성들여 봉인하는데서 바가지 요금은 줄어들 것 같다. 【김기수<한양대 법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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