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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의 「한국 본 고서 목록」 5월말 출간|한국학 연구의 새 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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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창경원 장서각에 소장된 4만2천 책의 한국판 고서들의 목록이 처음으로 정리되어 5월말 출판된다.
『문화재 관리국 장서각 소장 한국 본 고서 목록』이란 이름으로 출판될 이 도서 목록은 현재 2만5천장의 원고지에 정리돼 편집 작업에 들어갔다.
해방 후 처음으로 장서각에 소장된 도서를 총 정리해서 목록을 만드는 일련의 계획 가운데서 1차적으로 한국 본 고서가 이번에 경·사·자·집의 4분류법으로 집대성 된 것이다. 중국 본 목록·일본판 목록도 현재 작업이 진행돼 연말 또는 늦어도 73년에는 간행될 계획이다.
김상기·강주진·이가원씨를 고문으로 천혜봉·백린·이춘희·임창순·박천규·윤병태· 전승길·이근한씨 등이 1년 넘어 작업해 원고 작성을 끝냈다.
목록의 표목은 일률적으로 서명을 채택하고 제1절은 저자·판종·간행지·간행자·간행년을, 제2절은 권책수·함수·삽도·계선·행자수·흑구·어미·책 크기를, 제3절은 일반 주기·합철·내용 주기를 적어 정리했다.
한국 본 고서 목록의 내용은 현재 장서각이 소장하고 있는 8만7천7백61책 가운데 한국 판 1만2천6백 중 4만1천5백31책만을 모은 것으로 한글소설·각종 의궤·군제 관계 자료·각사 일기·각사 선생 안·열성 어필 등이 수록되었다.
지금까지 장서각 목록은 1935년 일인들이 발간한 『이왕가장서각고도서 목록』이 있으나 여기엔 7천 종의 도서만이 나열되었을 뿐이었다.
따라서 새로 나올 『한국 본 고서 목록』은 자세한 실명이 첨가되기 때문에 한국학 연구의 지침 구실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낳고 있다.
그 동안 목록을 작성하는 도중에 발견된 자료는 보물 급 자료가 20종, 유일 본이 8천 종에 달한다. 특히 한글 소설 가운데는 『윤하정삼문 취록』과 『완월회 맹연』등이 1백80책∼2백 책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밝혀져 정병욱 교수 (서울대)는 『지금까지 국문학사에 장편 소설이 없었다는 국문학계의 학설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발견된 유일 본으로는 이조 건국 사료인 『정종하사공신록권』과 어제인 『담여헌 시집』 『홍제고』『경헌집』을 비롯하여 영조의 서예인 『감회』와 함경북도의 『북도각릉전도형』, 경주의 『집경전 구기도』등이 있다.
고서 가운데 학자들이 가장 관심을 둔 고서는 1백17책에 달하는 『홍루몽』으로 영조가 당시 역관을 중국에까지 파견하여 번역한 것.
한문 원본에 중국 음을 달고 다시 한글로 번역한 이 소설은 완벽한 현대어 역본으로의 재현이 기대되는 고전이라고 이가원 교수 (연세대)는 말하고 있다.
현재 장서각에 소장된 고서는 한국판 4만1천5백31책을 비롯해 중국판 2만6천7백27책, 일본 판 1만2천7백11책, 양장 도서 5천4백6책, 고문서 7백20점, 서면류 6백42점 등 총 8만7천7백61책으로 한국판 목록 발간에 이어 목록 발간이 이루어지며 진본의 영인 보급도 시작된다.
한편 71년4월부터 시작한 악선재 문고의 「마이크로 필름」화 작업은 현재 『근사 간견록』『화문록』『언문홍문도통』『주선전』『옥단빙심』『형세언』『태평광기』등 1백10종의 고전이 「마이크로 필름」에 담아졌다.
1908년(융희 2년) 순종이 궁내부 대신 민병석에게 명하여 선준전 춘방 집옥제 홍문관 서적 10만여 책을 모아 놓은 데서 시작된 장서각은 그 뒤 무주 적상산과 북한산 행궁에 있던 3만여 책을 추가했고 67년 이후에는 종묘·봉모당·보각·칠궁·각 지방 재실에 산재하던 서적을 인수했었다.
김상기 박사는 진귀한 자료들을 소장 중인 장서각의 목록 집대성도 필요하지만 한국학 자료 「센터」의 역할을 하도록 「도서 해제」 발간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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