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이야기] 색깔이 돈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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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화장품 회사들은 봄.가을에 불꽃튀는 승부를 벌인다.

올 봄에도 '오렌지 메시지'(태평양)'캔디 걸'(한불화장품)'피치 팝'(LG생활건강)등 알 듯 모를 듯한 이름의 신상품을 앞세워 판매 경쟁이 한창이다.

이른바 '계절 마케팅'이 시작됐다. 아이스크림 업체들의 여름 한판승부, 호빵업체들의 겨울 진검승부와 마찬가지다. 특히 화장품업체의 계절 마케팅은 색조화장품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기초화장품은 대부분 계절과 상관없이 자신의 피부 특성이나 기호에 맞춰 산다. 하지만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등 색조 화장품은 계절에 따라 한두개씩 새로 구입하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계절에 따른 유행의 흐름을 잘 맞춘 화장품 회사는 대박을 터뜨리게 마련이다.

1993년 가을 태평양이 히트친 '밍크 브라운'은 이 같은 계절 마케팅의 대명사로 불린다. 당시 태평양은 이 이름의 립스틱 40여만개와 아이섀도 60여만개를 팔았다. 태평양은 이듬해인 94년 봄에도 '트로픽 오렌지'로 1백50만개를 파는 기염을 토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초화장품은 대부분 백화점 매장과 방문판매를 통해 꾸준히 팔리고 있으나 계절성이 강한 색조화장품은 일반 대리점에서 유행을 타며 팔리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이런 계절 마케팅을 위해서는 1년 전부터 채비를 해야 한다. 세계유행색협회가 한해 전에 올해의 계절별 유행색을 내놓기 때문이다.

올해는 ▶봄은 오렌지와 핑크색▶여름은 파란색▶가을은 갈색▶겨울은 회색과 와인색이 유행색이다.화장품 회사들은 이를 기준으로 봄 상품 준비에 들어간다. 제품 개발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이 걸린다.

또 상품을 내놓기 한두달 전에는 이름을 찾아야 한다. 이름에 따라서도 매출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름을 찾느라 대규모 여론조사까지 한다. 회사 내에서 상금을 내걸고 공모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장품 회사가 모든 브랜드를 계절 마케팅하는 건 아니다. 태평양의 라네즈, LG생활건강의 라끄베르 등 주로 10~20대를 대상으로 파는 일부 브랜드만을 계절 마케팅 한다. 이들은 30~40대에 비해 유행색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박수경 소비자연구팀장은 "최근에는 젊은층이 개성을 중시해 화장품 회사가 제시하는 유행색에 따른 똑같은 색상의 립스틱과 섀도를 거부하는 추세라 계절별 마케팅 전략도 일부 보완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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