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윤, 5년 전 남고생 골프채 체벌 말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여중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정윤(55) 시인이 2008년 남고생들을 골프채로 때려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08년 대구의 한 남자 고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서 시인은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1학년 학생 22명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골프채로 수 차례씩 때렸다. 학생들은 가족과 다른 교사에게 맞은 사실을 알렸고, 시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사실을 확인한 뒤 학교에 징계를 요청했으며 서 시인은 견책 처분을 받았다. 견책은 주의·경고·견책·감봉·정직·해임·파면 7단계 징계 중 강도가 센 것부터 따져 다섯 번째에 해당한다. 일부 수당이 나오지 않고 승진에도 불리하다. 서 시인은 이듬해인 2009년 1월 중학교로 전근 조치됐다. 이번에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바로 그 학교다.

 성추행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시교육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서 시인은 2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3학년 A양을 교사실로 불렀다. 당시 교사실엔 서 시인과 A양뿐이었다. 서 시인은 “가슴이 얼마나 컸는지 만져봐도 되나요?”라며 A양의 몸을 만졌다고 한다. “보고 싶어서 불렀어요”라며 볼에 두 번, 입술에 세 번 입을 댔다. A양이 밀치며 “싫어요”라고 하자 “가만히 있어 보세요”라며 추행을 계속했다.

 A양은 이 일을 학교 보건교사에게 알렸고, 보건교사가 신고해 시교육청이 감사를 했다. 시교육청은 서 시인을 파면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한 상태다. 서 시인은 시교육청 감사에서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며 “진학 상담을 위해 불렀고, 격려 차원에서 문제가 안 될 수준의 신체 접촉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11월 13일자 14면>

 서 시인은 학교에 사직서를 냈으나 학교는 이를 받지 않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홀로서기’가 대표작인 서 시인은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59·민주당 국회의원) 시인과 더불어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힌다. 그의 시집은 지금까지 모두 300만 부 이상이 팔렸다. 『홀로서기』는 1991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조사한 ‘독자가 뽑은 베스트시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57년 대구에서 태어난 서 시인은 영남대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82년 국어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고(故) 김춘수 시인의 추천으로 84년 『현대문학』을 통해 공식 등단했다. 4편까지 나온 ‘홀로서기’ 1편은 대학 시절 교지인 ‘영대문화’에 처음 실렸다. 이념을 담은 시가 유행하던 당시 보기 드문 서정시였다. 이 시가 퍼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50여 편의 시를 담아 87년 발간된 『홀로서기』 1권은 매달 수만 권이 팔렸다. 『홀로서기』는 그 뒤 4권까지 나왔다.

대구=김윤호 기자

관련기사
▶ "진학 상담 하자" 유명 시인인 교사, 제자 불러 껴안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