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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애널리스트는 어떤 일을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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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삼성전자가 지난 6일 ‘애널리스트 데이’를 열고 임직원들이 다 모여 기업 전망 설명회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애널리스트는 누구고 뭐 하는 사람이길래 기업 임원들이 나서 설명회를 개최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애널리스트가 되면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는지도 알려주세요.

애널리스트(Analyst)는 증권회사와 같은 금융사에 소속된 투자분석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자신의 회사 혹은 회사고객들에게 금융 및 투자자문을 제공하기 위해 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지요. 한국직업사전은 애널리스트를 ‘국내외 경제상황 및 산업·기업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환경 변화에 따른 해당 산업을 전망하는 자’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투자협회에 금융투자분석사라고 정식등록한 사람을 애널리스트라고 지칭합니다. 증권회사의 리서치 조직에 근무하면서 법적으로 허가를 받아 공개적으로 기업이나 경기와 관련된 보고서를 쓸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개별 기업들의 주어진 환경과 산업전망에 따라 주식 혹은 펀드 등 파생상품 시장의 관계를 파악하고 전반적인 시장 동향을 분석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부 TV방송을 통해 자칭 ‘주식전문가’ ‘시장애널리스트’ ‘사이버애널리스트’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사람이 아니라면 정식 애널리스트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식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종목산정기준 등을 법규 및 윤리규정에 따라 작성해야 합니다. 또 본인이 분석한 보고서에 나오는 종목이나 업종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사람만 인정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증권회사의 리서치센터에 소속돼 있습니다. 증권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리서치센터 내에는 주식시장을 이루고 있는 주요 종목 혹은 산업군별 대표 애널리스트들이 있습니다. 이들 이름으로 종목 투자와 관련된 보고서가 나가거나 고객들 대상으로 세미나가 열리는 셈입니다. 애널리스트들은 각 분야별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경제·산업·종목 분석 등을 수행하며 주식 시장 및 개별 업종과 종목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지수 등을 제시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분야는 전자·IT, 조선·해양·철강, 자동차, 유통·식품, 거시경제 담당 등 다양합니다. 이렇게 대표 애널리스트가 산업군별 팀장 역할을 하고 그 아래에 다른 애널리스트와 RA(Research Assistant)가 소속돼 있는 체제입니다. RA는 대학교 혹은 MBA를 졸업한 후 증권회사 공채를 통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거쳐가는 과정으로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작성이나 분석을 위한 자료 수집과 데이터 분석 등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RA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될 수도 있지만 해당 산업 종사자들이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직해 애널리스트가 되는 경우도 많다”며 “경제학·경영학을 전공한 애널리스트도 많지만 각 산업군별로 기계공학·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있다”고 말합니다.

 애널리스트들의 하루는 쉴 새 없이 바쁜 편입니다. 보통 직장인들보다 일찍 시작해서 늦게 끝납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해외 증시도 시차를 고려해 업무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은 오전 7시 전후에 출근합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5시30분이면 종료되는 미국 증시 시장 상황을 파악한 뒤 오전 7시30분부터 아침회의를 진행합니다. 오전 9시 한국 주식시장이 열리면 고객과 통화를 하거나 담당하고 있는 기업 탐방을 가거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를 하는 등의 일정으로 하루를 보냅니다. 오후 3시 증시 시장이 종료되면 오늘의 증시 상황을 정리합니다. 오후에 시작되는 유럽증시 시장상황을 보고 저녁에 관련 보고서를 쓰고 나면 오후 10시30분 미국 증시 시장이 다시 시작됩니다.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24시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체제이기 때문에 일과 삶의 경계가 불분명해질 수도 있다”며 “힘든 일과를 견딜 수 있는 체력과 끈기, 그리고 시장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야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애널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연봉·성과급 많지만 업무 강도 강해

 애널리스트 직업의 장점은 내가 스스로 책임자가 돼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박강호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는 자기 이름을 걸고 의견을 내며 그 의견이 곧 회사를 대표하게 된다”며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성과와 성취감을 바로 맛볼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책임감이 크고 업무 강도가 높은 만큼 보수와 성과급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용대인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직업』이라는 책을 통해 “성과로 평가하기 때문에 남녀 차별이 없어 여자들의 천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보고서를 통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본업만 잘한다면 연봉과 보너스평가에서 남녀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 그럼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별도의 정규교육과정은 없습니다. 다만 기업의 재무 상황을 잘 볼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숫자’에 밝은 사람이 좋습니다. 회계나 재무와 관련된 지식은 물론 국제경제나 파생상품에 대한 전문 지식도 요구됩니다. 수치 분석능력뿐 아니라 최근에는 의사전달능력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담당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 혹은 고객들과 일대일 회의가 잦기 때문에 자료분석 능력 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의견 피력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일수록 좋다”며 “최근에는 영문 분석자료 작성이나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프레젠테이션이 증가하고 있어 외국어 실력도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상 기자
일러스트=강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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