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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에의 위섭-속발하는 아주 국군사정 정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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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아시아」의 일부 정치적 경제적 저개발국에서는 70년대 국제정치의 「해빙」기류에 역행하는 군사 독재 내지는 준 독재적 상황으로의 「동결」이 진행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내사회의 불안정 요인이 미·중공접근추세로 더욱 첨예화할것에 대비, 냉전적 상황에서 생성되었던 전후시대 지배 「엘리트」들의 위기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터키」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및 「파키스탄」 월남 등 「아시아」 일부국가에 있어서의 민주주의의 퇴색현장에는 공산주의의 전복활동이 최대의 원인으로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민주정치제도로써는 공산당을 타도하고 이겨내기가 어렵다고 하는 순환논리가 『자유를 위해』막대한 인명과 물자를 쏟아 부은 미국의 수조명분을 적잖이 손상시킨 것만은 사실이다. 미 민주당의 진보파 「프랭크·처치」 상원의원은 미국이 자유세계를 보호하는것까진 좋으나 경우에 따라 『자유세계의 일부국가들』이 군사 독재화하는 것을 지켜주는 역할을 했다고까지 극언한 일이 있다. 곧잘 부패와 연결되기도 하는 이 지역 군벌들에 의한 복고적 정변이 연발했다는 것은 1815년대 서구 자유주의의 대세에 반해서 일부군주들이 「메테르니히」외 신성 동맹으로 역류한 것에 비교되기도 한다. 이 역류의 사례들을 국가별로 일별해 본다.

<터키>진보적 청년장교 대두를 선제
아직도 농노적 수준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북부 빈농(「슈피겔」지 보도)과 62·6%의 「리라」평가절하가 가져온 소수특권층만의 특혜조장, 파탄적인 「인플레」, 조세인상, 임금정체 및 이농과 도시 「슬럼」가의 확대라는 사회적 불안을 배경으로 급진학생의 신좌파 운동의 폭력화가 수행되면서 하급청년장교들이 「나세르」형 진보주의와 사회주의에 물들었다. 이를 우려한 3군사령관 고위장성들은 지난 3월 「개말·아타투르크」의 노선을 내세우며 우유부단(?)한 「데미렐」 내각에 최후통첩을 발하고 질서와 국가의 단결을 유지할 내각을 만들기 위해 총 퇴진할 것을 요구, 새로이 「에림」내각이 발족했으나 실제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군부이기 때문에 「터키」의 민정은 형해화하고 말았다.

<캄보디아>집권층내부갈등이 독재초래
「터키」에 비해서 「캄보디아」의 10월20일 군정선언 「프놈펜」집권층내부의 갈등이 더 큰 동인이 된 것 같다.
「프놈펜」정계는 9월의「인·탐」내상파·실력자「론·논」대령간의 암투, 의회 내 비주류의 개엄령 연장거부와 「론·놀」독재화에 대한 반발, 「론·놀」과 「손·곡·탄」전수상간의 암투 등 내부 갈등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마타크」수상대행의 미국 행과 「매케인」 태평양통합군사령관의 시찰로 미국의 대규모 군원이 확실해지자 「론·놀」수상은 거추장스러운 입헌민주주의와 의회의 비판자들을 일거에 「스톱」시키고 군사대결의 자세를 굳히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반 「시아누크」 「쿠데타」의 명분이었던 『중립주의회복』이니 공화제니 하는 것은 사라지고 명실공히 극우 군사 독재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

<파키스탄>민정이행 깨뜨리기 위해 강압
「야햐·칸」 군사정권은 민정이양으로 「벵골」족의 경제적 예속과 정치적 열쇠가 시정됨을 막기 위한 폭력 조치였다. 이 군정은 중공이 후원하는 데다 『인도가 침공한다』고하는 「위기」에 의해 합리화되고있다.
동「파키스탄」의 무역수입과 노동력 및 생산원료는 오로지 서「파키스탄」의 지배 「엘리트」 이익에 봉사해 왔던 만큼 「벵골」의 자치는 「야햐·칸」정권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였다. 「야햐·칸」군정은 민정이항을 깨뜨리기 위해 의회내의 다수파로 선출된 「벵골」의 대변세력 「아와미」연맹과 서「파키스탄」의 「알리·부로」 인민당수간의 알력을 교묘하게 이용, 이 지연작전에 항의하는 「벵골」인들의 평화적인 시위를 트집 삼아 사상 유례없는 대량살육을 자행했던 것이다.

<월남>감시 속에 선거강행 티우 군림
『온상 속의 의회민주제도』도 금년 10월3일 대립후보 없는 「구엔·반·티우」대통령의 「윈·맨」대통령 선거로 명실공히 빈사 지경으로 전락했다.
정규부대·헌병·경찰·민병의 총검 감시와 유자철선이 조성하는 공포분위기 속에 강행된 10·3선거 때의 총검시위는 반정부세력의 투표방해 저지에도 그 목적이 있었으나 단독후보에 대한 투표방해를 위한 분위기조성에 더 큰 역점이 놓이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자아냈다.
높은 투표율과 엄청난 신임 율이야말로 대립후보 「키」와 「민」이 후보사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티우」의 교묘한 책략과 「무소불능」한 「티우」체제하에 짓밟힌 야당의 현상을 웅변하는 「버로미터」이기도 하다.

<태국>만성적정정부안 쿠데타 상습
1932년 절대군주제로부터 입헌군주제로이행, 68년이래 「시험관속에서 배양 중」이던 외관상으로나마 유지해온 의회민주제는 17일 밤 군부지원으로 「타놈·키티카촌」수상 (현 국가집행위의장)이 일으킨 「쿠데타」로 다시 군사「파시즘」체제로 퇴행했다.
내외 「게릴라」와 반정부세력의 「데모」, 그리고 귀찮은 존재인 의회의 대행정부독주 견제가 안보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구실 아래, 헌법과 의회를 폐지한 「키티카촌」은 스스로가 가냘픈 민주주의의 싹마저 짓밟아버렸다.
일부후진국 특유의 현상대로 이상 비대한 권력 「엘리트」 태국군부는 32년이래 만성적인 정부안의 요인을 이룬 7회의 「쿠데타」의 동인으로 또다시 등장했다.

<이현배·유근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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