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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제 22화>부산통화개혁(10)김유택<제자는 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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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혼란과 말썽과…>
정부는 15일 하오부터 28일까지 전국에 비상경계를 펴는 한편, 검찰과 경찰은 모든 상품의 매점 매석 자를 적발, 악질적인 상인은 구속한다고 발표했다.
15일 정오 백 국무총리 겸 재무장관, 이재형 상공, 진창식 내무, 신중목 농림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통화개혁에 관한 국민의 협조를 호소했다. 식량고갈 상태에 대비하여 정부는 5만석의 비상양곡을 방출, 그 중 1만석을 서울에 할당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17일부터 l주일간 33만 명의 영세민에게 1인당 1일 2홉 5작의 잡곡을 무상 배급했고, 일반 시민에게는 가구 당 대두 1말 (10되)의 쌀 유상배급을 실시했다.
또한 서울시는 극빈자들을 위해 일시 문을 닫았던 15개 시 지정식당을 17일부터 열어 10원짜리 우동을 팔았다.
대한상의는 16일 상임위원회를 열고『26일 이후의 물가는 신화 폐와 쌀값 및「달러」암거래 율에 좌우될 것이다. 정부는 얼마 동안 식량과 시탄을 대량 방출, 물가를 억제하고 외환의 합법적 공급을 한층 적극화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치안 국은 생필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 14일 현재 부산시장 시세를 초과하는 상품가격에는 군정법령 19호 3조를 적용, 폭리 죄로 처벌토록 16일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
치안 국이 발표한 14일 기준시세는 구화로 ▲백미(소두 1말) 6만2천5백원 ▲광목(1마) 5천원 ▲세탁비누(1개) 3천5백원 ▲목탄(6관) 4만원 ▲설탕(1백 60돈쭝) 1만1천원 ▲미 본사 불(10불) 27만원 ▲동군표 17만원 ▲금(1돈쭝) 17만 5천원이었다. 정부는 내일부터「유엔」군 소속 한국 국적을 가진 군인과 특정지역 소재 군속 또는 응휘자에게 5만원씩 교환해 주기로 한 종전의 방침을 바꾸어 1만원으로 한도를 낮추었다.
또한「유엔」군 당국과의 협의에 의해「유엔」군 경비 매월 1인당 40불씩 13만명분 5백 20만 불(3억1천5백 만원) 이 방출되도록 했던 것을 허약해진 국내시장 보호를 위해 1인당 20불씩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교환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으로 동, 이장들이 부유층의 구권을 맡아 1인당 5만원의 교환능력이 없는 극빈 가구로 하여금 대신 교환해 주도록 하는가 하면, 일부 부유층들은 구권을 대기업체 이름으로 신고하거나 다른 지방으로 반출, 교환하는 일들이 생겼다. 정부는 화폐개혁을 계기로 체납세금을 정리하기 위해 세무서장이 발행한 미납세 전납부용 증명서를 제출하는 사람에게는 금융기관이 돈 뒷면에「납세용」이란 도장을 찍어 신원을 지불케 했다. 그런데도 일부 세무서와 동회는 구권 유통이 금지된 17일 이후 계속 구권에 의한 세금 및 공과금 납부를 독촉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이런 일은 특히 부산에서 심했기 때문에 송인상 부총재는 18일 상오 부산시내 긴급 동회장회의에 나가 강력히 시정을 요청하기 했다.
대부분의 공과금 미납자에 거주증명서 발급을 거부, 아예 한푼도 신권 교환을 못하게 하는 어처구니없는 짓들을 하고 있었다.
19일 하오 신권에 의한 대체적인 물가형성의 기미가 보였다. 구정이래 만 5일간의 철시상태에서 상가는 깨어났으나, 지불제한에 의한 구매력 감퇴로 거래는 거의 없었다. 손 부산시장은 문을 열지 않는 상점은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히고, 신권으로 후불하는 조건 아래 외상거래를 많이 하도록 권유했다.
기업체는 예금을 담보로 원화 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령에 명문화되어 있는 데도 조치기간 중 한푼도 융자를 못 받아 아우성이었다. 황망 중에 한국은행이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치 못한 결과였다.
한편 신익희 국회의장은 국정감사 때문에 2월 9일부터 임시 휴회중인 국회를 19일 상오 긴급 소집한다고 I5일 공고했다.
대통령 긴급명령에 의한 통과조치를 승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재부의원들은 16일부터 운영위원회에 나와 여러 가지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했다.
19일 열린 국회 본회의는 여 야간에 이 안건은 긴급한 것이므로 분과위를 거치지 말고 바로 본회의에 상정하자는 주장 (여당) 과 중대문제이므로 재경 사법 등 분과위 심의는 물론 원내교섭단체별로 태도를 결정한 후에 본회의에 올리자는 주장(야당)으로 처음부터 실랑이를 벌이다가 당시 기세 좋던 야당이 승리, 19일 하루 분과위 심사를 거쳐 20일 본회의에 상정토록 결정됐다. 예정보다 하루가 늦어진 21일 국회는 긴급명령을 일단 승인, 지불제한 등 사후조치는 미루어둔 채 국감을 계속하기 위해 23일부터 2일간 휴회로 들어갔다.
한편 재경위 (위원장 박만원)는 화폐개혁에 관한 계획 반과 실태 고사 반을 구성, 23일부터 활동을 개시했다. 반별「멤버」는 ▲계획반=박제환(부천 출신), 이춘기(이리시), 오의관(웅진 을구), 곽의영(청원 을구), 김수학(고창 갑) ▲조사반A(부산)=김준희(진안), 이옥순(부여 을구), 김정기(승주), 윤영선(해남 갑) ▲조사반B(마산)=권태욱(마산시), 이종수(김해 을), 최원호(김해 갑), 김봉재(창원 을구), 장홍염(무안 을) ▲조사반 C(기타 지역)=이교선(안성), 김정료(순창), 김상현(무주), 최헌길(강릉 을), 박양재(완주 갑)의원이었다.
이때 국회의원에게는 3월분 거마비로 1인당 1만원의 거금이 지급됐다. 이 문제에 대해 당시의 여론은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어느 신문「고십」난은『오장육부를 가진 한 개의 사람으로서 이번 화폐개혁에서 가장 많은 신원을 받은 자는 국회의원』이라 했고, 부산 수정동의 어느 시민은 신문 독자투고란에『일반 공무원은 4개월분 전시수당도 못 받고, 교육공무원들은 5∼6개월의 봉급이 밀려 있는 판에 국회의원에게 다음달 거마비를 앞당겨 1만원이나 지급하는 것이 웬 말이냐』고 항의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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