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노향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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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길바닥에 늘어붙은
흰 거품 같은 종이꽃.
맹아학교 뒷길이었다.
찌그러진 빈 구르마 한 대,
아이 하나,
제 설움을 꼭 끌어안고
어느덧 들어와 숨은 첫추위,
가난의 밑바닥까지 환히 드러내놓고 있었다.
긴 블록 담장위에
걸린 팔 부러진 바람 한줄기
그너머
하늘속에
까만 점자처럼 흩어져 오는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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