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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 수능 부적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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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5일 오후 대구시 남구의 한 서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수능 행운 부적을 고르고 있다. 서점에서는 종이 부적, 액세서리 부적 등 다양한 부적을 판매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5일 대구시 두산동 점집 골목. ‘○○도사’라 쓰인 집 안에서 주부 5명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같이 수능을 치르는 자녀를 위해 행운 부적을 만들려고 온 어머니들이었다.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경남 밀양에서 왔다”는 주부도 있었다. 이날 ○○도사가 받은 부적값은 30만원. 이곳에 온 한 주부는 “남편을 위해 부적을 만들 땐 3만~5만원을 줬지만, 수능은 아이 미래가 걸린 일이라 비싸게 주고 특별히 정성 들인 부적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수능을 앞두고 행운부적 열풍이 불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구 점집거리에선 부적값이 평소의 10배 이상 뛰었다. 타로카드로 점을 치는 곳에서도 수능용 행운부적을 팔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도 부적이 등장했고, 서점과 문방구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과 시험을 잘 치고 싶은 수험생들의 마음을 겨냥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대구의 점집은 문전성시다. 부적을 만들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게 예사다. 두산동 ‘○○장군’집 여직원은 “수능 땐 부적을 만들려는 손님이 몰려 예약제로만 운영한다”며 “올해는 이미 예약이 다 찼다”고 전했다. “목욕재계하고 치성을 들여 만든 부적”이라며 100만원을 부르는 곳도 있다. 이에 비해 서울 미아리 쪽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다. 이곳은 시각장애인 역술인이 많아 점을 칠 뿐, 부적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검색 포털에서 ‘수능 부적’을 입력하면 부적을 판다는 쇼핑몰·카페·블로그 수천 건이 떠오른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두 종류의 부적을 판다. 전화로 상담한 뒤 돈을 입금하면 만든 부적을 보내주는 ‘맞춤형’과, 미리 만들어 놓은 부적을 판매하는 ‘완성품형’이다. 맞춤형은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완성품형은 한 장에 8000~1만5000원을 받는다.

 중고 부적도 판매한다. 이들 중고 부적은 장당 1만5000~3만원으로 신품 완성품형 부적보다 비싸다. 이미 효험을 본 부적인 것 같은 인상을 줘 값을 높이 받으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부적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 블로그도 있다. ‘목욕재계하고 깨끗한 백창호지나 누런 종이 위에 광물 ‘경면주사’를 들기름에 섞은 물감으로 쓴다. 하늘의 별자리를 상징하는 모양을 그리거나 갑골문에 나오는 고대 한자를 사용한다’는 식이다.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달 1일부터 부적 견본을 수록한 127쪽짜리 『만사형통부적』이라는 책을 3만원에 팔고 있다.

 수능을 앞두고 값비싼 부적이 팔리는 데 대해서는 역술인 가운데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백운산(71) 한국역술인협회 중앙회장은 “부적의 가장 큰 목적은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이라며 “돈을 많이 준다고 부적의 효과가 좋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부적과는 별도로 수험생을 겨냥한 아이디어 먹거리 또한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이 내놓은 ‘먹는 네잎 클로버’ 같은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먹을 수 있다고 인정한 네 잎 클로버를 지름 10㎝ 작은 화분에 가득 심어 1만5000원에 판다. 농협과 롯데·신세계 백화점에는 노란색 학사모 무늬와 ‘합격(合格)’이라는 한자가 노란색으로 새겨진 네모난 사과가 나왔다. 틀에 넣고 무늬 부분은 햇빛을 쬐지 못하게 해 만든 사과다.

김윤호 기자

소문난 점집은 1장 100만원 과열
인터넷선 8000 ~ 1만5000원에 판매
중고 매매, 셀프부적 만들기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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