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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이대호, 느긋한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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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대호

일본시리즈가 라쿠텐의 우승으로 막을 내리고 일본 야구는 스토브리그에 들어갔다. ‘빅보이’ 이대호(31)를 잡기 위한 미국과 일본의 쟁탈전이 시작됐다.

 이대호는 현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고 있다. 오릭스와 2년 계약이 종료된 현재 그의 신분은 FA(자유계약선수)다. 일본인 에이전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와의 계약도 끝났다. 이제 그는 한·미·일 어느 팀과도 계약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가 이대호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퍼시픽리그의 맹주인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 4위에 그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일본 스포니치는 5일 “5년 만에 B클래스(4~6위)로 떨어진 소프트뱅크가 전력 보강을 할 것이다. 총액 35억 엔(약 38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대호를 비롯해 니혼햄 포수 쓰루오카 신야, 메이저리그 볼티모어로 떠났던 와다 쓰요시 등을 모두 영입하려면 35억 엔 정도가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에게 4년 총액 18억 엔(약 195억원)을 베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엽(37·삼성)이 2006년 요미우리와 맺은 계약(4년 총액 30억 엔) 이후 일본 내 한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 규모다.

 이대호가 지난 2년간 뛰었던 오릭스는 지난달 협상에서 2년 총액 8억 엔(약 85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소프트뱅크에 비해 계약기간은 짧지만 이대호의 아내(신혜정·31)와 딸(효린·2)이 오사카 지역에서 2년간 정을 붙이며 살았다는 장점이 있다. 소프트뱅크와 계약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오릭스와 재계약할 가능성도 있다.

 협상 주도권은 이대호에게 있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하자마자 퍼시픽리그 타점왕에 오른 그는 올해도 4번타자로 풀타임 출전했다. 2013년엔 타이틀을 얻지 못했지만 타율 9위(0.303)·홈런 6위(24개)·안타 8위(158개)·타점 공동 6위(91개)·장타율 7위(0.493)·출루율 8위(0.384) 등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2년 동안 충분히 검증을 받은 만큼 느긋하게 다른 구단의 제안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이대호의 파트너가 되겠다는 에이전트가 몇몇 있다. 이 가운데에는 메이저리그 쪽 인물도 있다. 일본 구단들처럼 구체적인 제안은 아직 없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러브콜이 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이대호가 앞으로 어떤 에이전트와 계약하느냐에 따라 메이저리그행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대호 측 관계자는 “아직 협상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 구체적인 액수가 오간 것은 아니지만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과 일본 구단이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12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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