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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판 다치면 키 안크나요? 박미정 교수의 성장판 Q&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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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포털에 ‘성장판 위치’가 상위 검색어에 오르며 성장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성장판이 있는 곳을 꾸준히 주물러주면 키가 더 클까? 운동을 하다 성장판이 다치면 키가 크다 말까?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성장클리닉의 박미정 교수가 키와 성장판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했다.

글=이세라 기자
동행 취재=주제형(서울 동북초 5) 학생기자
사진=우상조 인턴 기자

성장판이 열려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손(왼쪽)을 찍은 X선 사진과 성장판이 닫힌 고등학생의 X선 사진.

-성장판이란 무엇인가요.

“키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의 길이를 말합니다. 머리와 척추, 다리뼈 길이의 합이죠. 키가 자라는 것은 이 뼈들이 길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그중 머리뼈는 2세 이후 성장을 거의 하지 않아요. 척추와 다리뼈가 길어져 키가 크는 것이죠. 보통 우리는 ‘뼈’라고 하면 딱딱한 막대를 연상하는데, 뼈는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피가 흐르는 살아 있는 조직입니다. 성장기 동안 뼈가 길어지는 것은 뼈 양 끝 부분에 새 뼈를 만들어내는 성장판이 있기 때문이에요. 성장판은 부드러운 연골 조직입니다. 여기서 세포분열이 활발히 일어나 연골세포가 늘어나 커지고 석회화되는 골화 과정을 거쳐 딱딱한 진짜 뼈로 바뀝니다. 이렇게 연골이 딱딱한 뼈로 바뀐 부분만큼 뼈가 길어지고, 그만큼 키도 커지는 것이죠. 즉, 성장판은 뼈의 길이 성장이 일어나는 부분을 말합니다.”

-성장판은 우리 몸 어디에 있나요.

“성장판은 어깨·팔꿈치·손목·척추·골반·대퇴골·정강이뼈·발목·발뒤꿈치·손가락·발가락 등 길게 생긴 뼈의 위아래에 있습니다. 성장판은 모든 긴 뼈의 양 끝에 다 있지만, 키가 자라는 데는 무릎·고관절·발목 부위 성장판의 역할이 큽니다. 특히 발목부터 무릎 사이의 정강이뼈(경골)와 무릎과 고관절 사이의 넓적다리뼈(대퇴골)의 긴 뼈가 길어져야 합니다.”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는 언제인가요.

“여자는 골연령(뼈 나이라고도 합니다) 약 15세, 남자는 약 17세가 되면 모든 성장판이 닫히며 더는 키가 자라지 않습니다. 여자가 남자보다 먼저 성장판이 닫히는 이유는 여자의 사춘기가 남자보다 2년 정도 빠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학생들 중에서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어른스러운 것도 이런 이유이죠.”

-성장판이 닫혔는지, 열려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성장판 상태를 알려면 X선 촬영을 합니다. 간혹 인터넷에서 성장판의 상태를 간단히 알아보는 자가확인법이 소개되기도 하는데 모두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X선을 통해 손목 성장판, 무릎 성장판, 고관절 성장판 등을 확인하는데, 초등학생은 보통 손을 찍어 봅니다. 손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뼈들이 모여 있어요. 자라면서 손에 있는 뼈의 모양과 크기도 달라지죠. 뼈의 모양과 성장판의 열린 정도에 따라 뼈 나이를 알 수 있죠. 만일 나이는 열 살인데 뼈 나이가 열세 살이라면 뼈가 자랄 수 있는 기간이 없다는 뜻입니다. 성장이 끝나 간다는 말이죠. 또 반대로 늦자라는 경우도 있고요. 뼈 나이와 실제 나이는 비슷한 편이 좋고, 보통 6개월~1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장판은 한 번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성장판이 닫히기 전에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인 요인인 영양과 운동, 수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여자아이는 초경 이전, 남자아이는 변성기 이전에 최대한 많이 키우는 게 관건인 거죠. 키는 유전의 영향이 크지만 부모의 식습관, 부모와 함께하는 운동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져 아이의 키가 한 뼘 더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판을 꾸준히 마사지하면, 키가 큰다는 게 사실인가요.

“입증된 과학적인 데이터는 없지만,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성장판의 혈류를 통해 영양과 호르몬이 공급되는데, 마사지를 하면 혈류 순환이 더 원활해지니 성장에도 도움이 될 거라 보는 겁니다. 엄마가 아직 움직이지 못하는 아기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는 것과 비슷하죠.”

-실수로 성장판을 다치면, 키가 더 크지 않는다는 게 사실인가요.

“성장판에 심한 손상을 받으면 뼈의 길이 성장이 멈춥니다. 양쪽 고관절, 다리나 발목 등의 성장판이 대칭적으로 손상받으면 키가 덜 자라게 되죠. 한쪽만 손상받으면 한쪽만 덜 자라 다리를 절 수 있고요. 하지만 이런 일은 극히 드문 일이에요. 심각한 교통사고나 소아마비 균에 의해 성장판이 손상을 당하는 경우 등입니다. 줄넘기나 달리기처럼 일상적인 운동을 하다 무릎 등을 다쳤다고 성장판이 닫히지는 않습니다.”

-성장판이 빨리 닫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성호르몬은 뼈 성장을 빨리 닫히게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래서 사춘기가 남들보다 빠르면 성장판도 빨리 닫히게 되죠. 사춘기가 적정한 시기에 오도록 하려면 너무 뚱뚱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여자들의 경우 지방세포가 늘어나고 체지방이 쌓이면 지방세포에서도 여성호르몬을 만들어 사춘기 시작 신호를 증가시켜 사춘기를 유도합니다. 뚱뚱해지지 않으려면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겠죠. TV나 영화를 통해 성적 자극에 노출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뇌의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줘 사춘기를 앞당길 수 있어요.”

-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군요.

“그렇습니다. 오래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성분을 잘 확인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간혹 어른이 먹던 건강식품을 아이에게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건강식품에 들어 있는 부신 활성 성분, 즉 스테로이드 유사 작용제를 과복용하면 사춘기를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환경호르몬은 몸에 들어와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물질들입니다. 흔히 쓰는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나 종이컵, 캔이나 병뚜껑 안쪽에 사용되는 코팅제 비스페놀 A, 프탈레이트는 여성호르몬처럼 작용합니다. 가급적 플라스틱 제품이나 일회용 용기를 쓰지 말고 전자레인지 사용을 줄이는 게 좋습니다. 환경호르몬은 지방을 좋아해 고기의 기름기가 많은 부위에 쌓이므로 돼지비계, 쇠기름, 닭 껍질은 떼어내고 먹습니다.”

-사춘기가 빨리 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사춘기가 너무 빨리 오는 것을 성조숙증이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춘기가 시작되는 평균 연령은 여자의 경우 초등학생 4학년, 남자는 초등학생 5학년 말에서 6학년 정도로 봅니다. 이보다 2년 이상 이르다면 성조숙증을 의심해 봐야겠죠. 사춘기가 시작되는 증상으로는 여자는 가슴에 젖몽우리가 생기고 남자는 고환이 4㏄ 이상으로 커집니다. 사춘기가 빠르다는 것은 성호르몬이 남보다 빨리, 많이 분비된다는 얘기이고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 성장이 멈춘다는 뜻입니다.”

-키가 크는 데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키 크는 음식과 키 크는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죠. 운동은 직접 뛰는 줄넘기, 농구처럼 전신을 움직이는 게 좋고, 몸을 유연하게 하는 스트레칭, 요가, 수영도 도움이 됩니다. 키 크는 음식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우유는 단백질, 칼슘, 유산균 등이 풍부해 키를 키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외에도 5대 영양소인 단백질·칼슘·비타민·무기질·당질·지방을 골고루 섭취해 영양의 균형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우유와 멸치, 치즈에는 뼈를 튼튼히 하는 칼슘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키 성장에 좋습니다.”

-칼슘제 같은 영양제가 키 크는데 도움이 되나요.

“칼슘은 중요한 영양소이긴 합니다. 또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이기도 하죠. 꼭 필요한 영양소이긴 하나 먹는 양에 비례해서 키가 크는 것은 아니니 적절한 양을 음식으로 먹는 게 좋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전문의와 상담한 후 복용할 것을 권합니다.”

-키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이 있을까요.

“키가 크려면 환경이 제일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키가 크는 요인은 유전이 70~80%를 차지하고 환경이 20~30%입니다. 유전이 그만큼 중요하단 이야기죠. 그렇다고 30%의 수치에 실망할 일도 아닙니다. 잘 먹고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면 유전적 요소보다 5㎝는 충분히 자랄 수 있습니다. 잘 먹는다 해서 어느 한 가지 음식이나 특별하다는 약에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성장판이 열려 있는 동안 노력하는 것이죠.”

키에 관한 속설 8가지의 진실

1. 탄산음료를 먹으면 키가 안 큰다?

탄산음료에 톡 쏘는 맛을 내는 인산은 몸 안에서 칼슘과 결합해 소변을 통해 체외로 배출된다. 뼈가 약해지고 키가 자라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2. 잠을 많이 자야 키가 큰다?

달고 깊게 자야 효과가 있다. 성장호르몬은 잠자는 동안 많이 분비되며 깊이 잠들수록 더 많이 분비된다.

3. 군대 가서도 키가 큰다?

옛날에는 중학교 3학년이 돼야 사춘기가 시작되고 2차 성징이 나타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군대에 가도 키가 크던 시절이다. 지금은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가 앞당겨져 성호르몬 분비 시기가 빨라지면서 성장판도 빨리 닫힌다. 20세가 넘어 키가 크는 경우가 드물다.

4. 손발이 커야 키가 큰다?

확률이 높다. 손과 발의 긴 뼈 끝에도 성장판이 있고 이 성장판의 활동이 활발해야 손과 발이 커진다. 손과 발의 성장판 활동이 왕성한 때는 무릎 등의 성장판도 왕성히 성장해 키가 크는 시기이다.

5. 초경 후에는 키가 아예 안 큰다?

초경 후에도 5~7㎝ 정도 더 자란다. 초경 후 2년이면 성장판이 아예 닫히는데 이때부터 키가 자라지 않는다. 이때 비만이 지속되면 더 빨리 성숙해져 2년 이전에 성장판이 닫힐 수도 있다.

6. 자위행위를 하면 키가 자라지 않는다?

자위행위를 할 정도면 사춘기가 꽤 진행돼 성호르몬이 분비되고 급성장이 끝나 가는 시기라 이런 말이 나왔을 수 있다. 이미 성장이 진행된 상태라 눈에 띄는 급성장은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자위행위 자체가 키를 못 크게 하는 건 아니다.

7. 야동을 많이 보면 성조숙증이 생긴다?

야한 동영상이나 영화, 포르노를 보면 성조숙증이 생긴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여러 원인으로 성호르몬이 분비돼 사춘기가 나타나 성적 욕구나 호기심이 생겨 야동을 보는 것이다. 야동을 봐서 성조숙증이 생기는 건 아니다.

8. 무거운 책가방에 척추가 눌려 키가 안 큰다?

척추측만증의 원인은 특수한 유전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책가방이 아무리 무거워도 척추를 짓눌러 키를 못 크게 하지는 않는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최선호 운동처방사가 말하는 키 크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법

성장을 돕는 운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줄넘기나 점핑처럼 성장판에 물리적 자극을 주는 운동, 그리고 뼈의 성장을 돕는 스트레칭, 근력을 키워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운동이다. 최선호 운동처방사는 “사실 거의 모든 운동이 키가 크는 데 도움을 주지만 운동할 시간이 마땅치 않다면 아래의 세 가지라도 매일 꾸준히 운동할 것”을 권했다. 또한 그는 “아침에는 스트레칭이나 근력운동으로 몸을 깨워주고, 오후에는 줄넘기 같은 전신운동을 해주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1. 앉아서 하는 스트레칭

턱이 앞으로 나오고,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구부정한 자세는 공부만 하는 아이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다. 우선 앉은 자세에서 발을 어깨 너비로 벌려 11자로 놓고, 가슴은 내밀고 허리를 곧게 편다. 배를 집어넣고 양팔을 위로 뻗어 깍지를 낀다. 호흡을 내쉬며 서서히 팔을 앞으로 내리며 상체도 함께 구부린다. 손으로 발목을 잡고 10~15초 유지한다. 5회 반복.

2. 종아리와 허벅지 스트레칭

벽을 마주하고 서서 오른발은 앞으로, 왼발은 뒤로 뺀다. 오른쪽 무릎을 90도 각도로 굽힌다. 이때 무릎이 발보다 나가지 않도록 한다. 왼쪽 다리는 뒤로 쭉 뻗은 상태에서 왼발 뒤꿈치를 땅에 붙인다. 눈은 정면을 보고 양손을 앞으로 뻗어 벽을 짚는다. 이때 손 위치는 어깨 정도가 좋다. 호흡을 마시고 내뱉으며 왼쪽 다리를 스트레칭한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당기는 느낌이다. 10~15초 유지하고 다리를 바꾼다. 역시 5회 반복.

3. 복부 근력 키우기

누워서 손은 머리 위로 만세 자세를 한다.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세운다. 양팔을 곧게 고정한 상태에서 몸 쪽으로 당겨와 손이 무릎에 닿을 정도로 상체를 들어 올린다. 10~15초 유지한다. 5회 반복하되 반동은 주지 않는다. 자신의 체중을 이용한 근력운동으로 허리와 배의 근력을 길러준다. 복부 근력이 강화되면 척추의 각이 바로 서 키가 더 커 보일 수 있다. 반대로 복부 근력이 약하면 척추가 휘어 키보다 작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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