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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로 끝난 추파|일 천황「유럽」나들이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월 27일부터 시작된「히로히또」일본천황의「유럽」순방은 일인들에게 예기치 못했던 숱한 충격을 남겨 주고 14일 동경귀환으로 17일 만에 끝났다.
「유럽」의 첫 기착지인「덴마크」에서 유인천황은 달갑지 않은 일본『신민』에 맞닥뜨렸다. 40여 명의 일본인 학생이『군국주의의 상징』『전범』인 일 황의「유럽」순방을 반대한다는 전단을 뿌리며 공항 밖에서「데모」를 벌이는 한편,「덴마크」경찰은 이들 중 사제 수류탄을 지닌 학생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부터는 이것이 마치 신호가 되듯이 순방, 7개국 중「스위스」만 제외하고는 가는 곳마다 반「군국주의」「데모」가 그를 맞았다.
일본「매스컴」에서는 이들「데모」가『일부」라고 애써 못박았으나 떨떠름했던 것만은 숨길 수 없었다.
유독 반『일본제국주의』의 물결이 거셌던 나라는 짓궂게도 같은『군주국』인 영국과 「네덜란드」.
「런던」에서 일본천황이 기념식수한 나무가 하루 밤새 뿌리가 뽑혀 없어지고 2차 대전 때 전사자를 추모하는 쪽지가 대신 놓여 있었다.
더 우기「네덜란드」에서는 거리마다 일장기가 보이지 않고 반기로 게양된「네덜란드」기가 펄럭였다. 천황이 타고 가던 승용차가 달걀 세례를 받는가 하면『천황을 동물원에 보내라』『히로히또-전범-살인자』라는「플래카드」가 등장했다.
『경제대국』일본이 정치대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모처럼『일 황』을 내세워 조심스레 두드려 본「유럽」의 문은 일본에 대해 쓴맛을 보여주었을 뿐. 미국의 일본에 대한 경제·정치적인 견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넌지시 던져 본『추파』가 무위로 끝난 셈이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천황의 나들이에서 아물어 가고 있는 2차 전의 상흔을 건드려 해묵은 반일 감정을 건드렸다고 자성하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적인 확장에만 급급한 일본 상품의『싸구려』공세 앞에 골머리를 앓던「유럽」인들에게 일본『상징』의「유럽」등장은『반격』의 호기를 준 셈이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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