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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향 흩날리며 … 다시 시인을 부르는 질마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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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당 서정주의 전북 고창 생가 앞에 노란 국화꽃이 수북이 피었다.

‘애비는 종이었다’고 쓴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는 당대의 전위였다. 무려 열세 페이지에 달하는 장시로 올해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황병승(43) 시인 역시 오늘의 전위다.

 2일 전북 고창에서 열린 ‘2013년 미당문학제’ 행사에서 수상작인 ‘내일은 프로’가 고창낭송문학협회 조순임 회장의 절절한 목소리로 낭송됐다.

 ‘나는 결국 실패를 보여주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쓸모 없는 독자들이여, 당신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문학제에 참석한 고창 주민과 관광객들은 국화꽃 위로 흩뿌려지는 실패의 절창에 감전됐다. 이들은 질마재 언덕길에서 미당을, 그리고 시대의 전위를 생각했을 것이다.

 매년 11월 초 고창군 선운리 미당시문학관 일대에서 열리는 미당문학제가 올해도 성황리에 열렸다. 미당시문학관과 동국대가 주최하고 미당기념사업회와 중앙일보·고창군이 후원하는 행사다. 미당을 기리는 학술대회, 미당 시 읽고 댓글 달기, 시화전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고창 주민들이 미당 묘소 주변에 조성한 10만㎡의 국화밭을 구경하는 관광객도 끊이지 않았다.

 3일엔 예비 시인을 발굴하는 백일장도 열렸다. 장원은 ‘바람같이’를 쓴 이서진(19·동국대)양이 차지했다. 강혜원(14)·조연옥(56)·허임용(65)씨 등 3인이 차상을, 이현숙(47)·정예령(20)·조현지(17)씨 등 3인이 차하를 받았다.

 한편 21일 오후 6시 서울 서소문 오펠리스 라비제홀에서는 2013 미당문학상·황순원문학상 시상식이 열린다. 중앙신인문학상·중앙장편문학상 시상식도 함께 진행된다.

고창=글·사진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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