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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공학기기는 가장 인간적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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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장애인들이 직업 전선에서 정상인 못지 않게 일할 수 있는 배경엔 ‘말없는’ 도우미들의 활약이 있다. 전동휠체어, 로봇 의족 등 이른바 ‘보조공학기기’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이성규(52·사진) 이사장은 보조공학기기를 “불가능을 가능케 해주는 가장 인간적인 과학”이라고 정의한다.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 직원 서관수(48)씨는 대학생이던 1998년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았다. 시력과 함께 꿈도 잃었다. 안마사로 일했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자정보단말기’의 도움으로 혼자서 복지관 일을 척척 해낸다. 서씨처럼 고용공단에서 보조공학기기를 무상으로 지원받은 이는 국내 장애인 15만8000여 명 가운데 2만7000여 명. 복권기금에서 지원받는 고용공단의 연 운영비 80억원 중 30억원이 재원이다.

 2011년 이 이사장이 부임한 이후 가장 역점을 둔 게 보조공학기기 보급 확대다. 이전엔 연간 4000여 명 정도에게만 지원되던 것이 부임 후 7000여 대로 2배 늘었다. 이 이사장은 “내년부턴 장애인 근로자의 이동 편의를 위한 차량개조사업을 시작한다”며 “지역 거점별로 보조공학기기 체험공간도 설치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에게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그는 대학 시절 지체장애학생들과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장애인 복지에 눈 떴다. 졸업 직후 1990년 설립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창립 멤버로 들어갔다. 이후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 한국장애인복지학회 회장 등을 거치며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외길을 걸었다.

 그가 보조공학기기 보급사업에 힘을 쏟는 이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를 줄이고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는 핵심”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국내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시각장애가 있는 이탈리아의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도 국내 점자정보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만 뒷받침 된다면 장기적으로 일본 제품의 시장규모를 뛰어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보조공학기기 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2013 대한민국 보조공학기기 박람회’를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한다.

손국희 기자 <9key@ 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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