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익단체 눈치살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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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새 정부 출범 8일이 지나도록 교육부총리가 임명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김대중 정부에서 임명된 이상주(李相周) 교육부총리가 현직에 있지만 그는 4일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사람은 있어도 역할은 없는 사실상의 공백 상태다.

이제 교육부총리 임명은 교육계는 물론 교육 관련 시민단체와 교원단체 간의 갈등을 넘어 진보-보수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 이용자들 간에, 또 각 단체 간에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놓고 인신공격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누가 맡더라도 제대로 교육정책을 끌어가기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논쟁은 팽팽하다. 시민.교육단체 연합체인 교육개혁운동시민연대는 오명(吳明) 아주대 총장을 "반개혁적 인사로 교육개혁을 지휘할 수 없다"고 공격해 낙마시킨 단체다.

이번에는 "연세대 김우식(金雨植) 총장은 기여입학제를 추진해 온 교육개혁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은 복합적이어서 여러 시각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자신들과 기준이 다르다고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편가르기"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매도한다면 아예 전교조가 임명하라"고 비난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진보적인 교육시민단체와 다소 보수적인 교육계 인사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5년 동안 끌고갈 적임자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취지는 바람직하나 교육부총리 인선이 난항으로 접어든 데는 새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오명 총장의 내정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가자 네티즌에 의한 공격이 시작됐으며, 결국 吳총장이 스스로 입각을 포기한 것이 시발이 된 때문이다.

교육계는 "새 정부가 교육정책의 사령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론과 이익단체 주장에 너무 휘둘리면 교육정책이 표류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실제 이번 학기부터 전면 개통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일부 일선교사들의 반발로 시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시급히 해결돼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

이수호.김남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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