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인구·강제력·북괴능가로 한국 남북적십자회담에 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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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분단으로 헤어진 가족에 관한 회담을 하기 위해 남북 적십자대표가 2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 한국사람들은「닉슨」대통령이 소련과 협상하고 중공을 방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과거 36년간 그들을 지배했던 일본이 날로 강대해지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의 희생아래 강대국이 결정을 내려버릴지도 모를 때에 잠자코 있었던 한국사람들의 어리석음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가로막는 장벽은 높기만하다. 스스로를 「레닌」과 「나폴레옹」을 합친 동양판이라고 망상하고 있는 김일성이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의 야욕을 결코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김일성은 박정희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서 특공연를 남파하는가하면 박내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김일성은 이제 긴장완화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북괴와 같이 고도로 병호화되고 훈련된 사회체제로서는 능히 남북한의 접촉이라는 모험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 김일성의 생각이다. 그 대신 그는 남한에 간첩을 침투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위험을 예견하면서도 박정희대통령은 접촉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남한에는 강력한 군대와 북괴보다 2배를 넘는 인구, 높은 생활수준과 민주주의의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러한 남한의 여건이 한국민족주의가 공산주의「이데올로기」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며 결국은 한국민족이 통일로 향하는 길을 찾아내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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