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시구하는 날, 그라운드 풍경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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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한국시리즈 삼성-두산의 3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찾아 '깜짝' 시구를 했다.

박 대통령은 운동화에 베이지색 바지와 '2013 코리안시리즈'가 적힌 감색 후드티를 입고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중간에 서서 나광남 구심으로부터 공을 받아든 박 대통령은 부드러운 폼으로 공을 던졌고,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원바운드됐다.

두 번째 한국시리즈 시구 대통령

현역 대통령이 한국시리즈 시구를 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후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94년 1차전과 1995년 1차전 두 번이나 시구를 한 바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주 전에 대통령 비서관실에 시구를 요청했는데 바쁜 일정으로 시구 성사 여부는 불투명했다. 류대환 홍보부장은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대통령 일정이 안 된다고 했다. 오늘 오전에 시구가 가능하다고 최종 연락이 왔다"며 "태극마크가 새겨진 글러브와 한국시리즈 옷을 별도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규 시즌이나 올스타전에 대통령이 한 번씩 시구를 해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를 했고,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대전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시구를 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는 시구를 수 차례 했으나 대통령 재직 시에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2008년 개막전에 시구를 하려다 일정이 일찌감치 알려지면서 경호 문제로 취소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11년 9월 가족들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아, '키스타임' 때 김윤옥 여사와 진한 키스로 화제가 됐다.

예비 시구자와 텅 빈 그라운드

대통령 시구는 경호상의 문제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도 경기 1시간 전에 공개됐다. 잠실구장에는 평소와 다른 청와대 경호 인원들이 내·외야 관중석을 비롯해 구장 곳곳에 배치됐다. 사복을 입은 경호요원은 양팀 더그아웃에도 잠시 나타나 둘러보기도 했다.

애국가가 끝나자, 평소와 달리 두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빠져나와 더그아웃 앞으로 되돌아갔다. 두산 선발 유희관도 마운드에 없었다. 제 위치에 선 심판 6명과 포수 최재훈만이 그라운드에 있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시구자 소개와 함께 박 대통령이 3루측 더그아웃 옆으로 등장했다.

시구를 마친 박 대통령은 본부석에서 언북중학교 야구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KBO 관계자는 "대통령이 시구를 마치고 야구부 선수들과 관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대표팀 모자와 태극 문양 부채로 햇빛을 가리며 2회말까지 경기를 지켜본 후 구장을 떠났다.

한편 KBO는 대통령 시구가 마지막까지 불발될 것을 대비해 3차전 예비시구자까지 섭외, 대기해놨다.

온라인 중앙일보·한용섭 기자
사진=정시종기자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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