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트로이카로 손꼽히는 차세대 클래식 수퍼스타

중앙선데이

입력 2013.10.26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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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06면

“청중들의 흥분이 손에 잡힐 듯했다. 과연 빼어난 바이올리니스트의 망신으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피아니스트가 탄생할 것인가.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의 아다지오 악장에서 청중들은 깨달았다. 율리아 피셔의 압도적인 승리를 목격하고 있음을.”

첫 내한 공연 하는 율리아 피셔

2008년 1월 1일 알테 오퍼에서 열린 마티아스 핀처 지휘, 융에 도이치 필의 신년음악회. 율리아 피셔는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뿐만 아니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도 멋지게 연주했다. 프랑크푸르트 지역 일간지에 실린 위의 리뷰에서는 그날의 흥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러한 ‘이종연주’로는 가끔씩 피아노 반주를 했던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도 떠오르지만 그보다 더 용기 있는 행보였다.

율리아 피셔는 1983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수학자인 아버지는 독일인,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는 슬로바키아 이민자였다. 3세 때부터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우다가 바이올린으로 바꿨다. 오빠도 피아노를 연주했기에 다른 악기를 배워보는 것이 어떠냐는 어머니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이후 아우크스부르크 모차르트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배웠고, 뮌헨 음악원에서 아나 추마첸코를 사사했다. 그는 아라벨라 슈타인바허, 리사 바티아쉬빌리, 김수연, 최예은, 크리스텔 리 등을 키워낸 명교수다.

1995년 11세의 나이로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피셔는 총 8개 콩쿠르에서 우승하거나 입상하는 등 국제적인 커리어를 쌓았으며 2004년 펜타톤 레이블에서 데뷔 음반을 냈다. 하차투리안, 프로코피예프, 글라주노프 협주곡을 담은 데뷔 앨범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 뒤 발매한 모차르트, 차이콥스키, 브람스 등 협주곡 음반들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바이올린 톤이 경이롭고 균형미는 완벽에 가깝다. 명확하고 섬세한 프레이징, 세련된 감정표현, 사람으로 치면 이목구비의 비율이 완벽한 미인’이란 찬사를 듣기도 했다. 피셔는 2006년 영국의 그라모폰지가 다니엘 바렌보임, 알프레드 브렌델 등에게 물어 선정한 차세대 클래식 수퍼스타 20명에 엘리나 가랑차, 앨리슨 발섬 등 스타 연주가들과 함께 뽑혔다.

2008년 데카로 이적, 메이저 데뷔 음반인 바흐 협주곡집을 발매한 피셔는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오케스트라(세인트 마틴 아카데미 합주단) 속에 투명하게 녹아들면서 곡을 빛냈다. 2010년 발매된 파가니니 24개의 카프리스는 섬세한 기교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한편 곡 전체의 윤곽을 망원경으로 파악해 그 사이에 힘과 정감을 골고루 버무려 놓았다.

가장 최근인 2013년 드보르자크와 브루흐의 협주곡 녹음은 데이비드 진먼이 지휘하는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 드보르자크 협주곡 3악장에서 피셔의 바이올린은 마치 꽃잎 속에 또 꽃잎이 있고 꽃술이 숨어있는 것같이 다채로운 음색을 들려준다. 브루흐 협주곡 1번에서 피셔는 좀 더 차분하고 따스한 접근을 보여준다. 그녀는 극적인 낙폭의 전개보다는 그때그때 바이올린 음색을 빛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 주력한다. 격정의 분출을 자제하는 제어가 느껴지지만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이 만나는 접점의 어우러짐이 차지다.

그간의 음반과 연주를 통틀어 율리아 피셔는 재닌 얀센, 힐러리 한과 더불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트로이카로 손꼽힌다. 나이로 따지면 막내지만, 실력은 결코 막내가 아니다. 30일 예술의전당에서 드레스덴 필과 협연하는 브람스 협주곡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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